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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못 산다" 공공임대주택…'가지치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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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서 못 산다" 공공임대주택…'가지치기' 시급

    복잡한 유형 '체중 감량'에 대기자 관리 시스템 등 요구돼

    LH가 운영하는 주거복지포털 마이홈의 페이지.

     

    오는 2022년이면 '임대주택 400만 호' 시대가 열리지만, "몰라서 못 산다"는 수요자들의 한숨은 계속되고 있다.

    복잡다단한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을 통합하고, 대기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주택 이외 거처 주거 실태 조사'에서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자격이 안 될 것 같아서'가 각각 28.3%와 28.2%를 차지했다.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더라도 '안 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셈이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A(84)씨는 장애 2급이지만 6년씩이나 '영구임대주택' 신청에서 퇴짜를 맞았다.

    단독주택을 여러 공간으로 쪼개 만든 A씨의 방은 눕기도 벅찰 정도로 좁았고, 악취와 곰팡이에 천장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욕실이 없어 부엌에서 세수를 했고 화장실은 공용이다. 청약저축도 60회 이상 넣었지만, A씨에게 공공임대주택의 벽은 높기만 했다.

    청약저축을 157회 납입했던 B(64)씨 역시 6년째 임대주택 신청에서 고배를 마셨다.

    동사무소를 통해 신청을 했지만 어느 것도 1순위가 아니라는 것만 알았을 뿐, '영구' '매입' '전세' 가운데 어떤 임대주택이 신청된 건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해당 구의 주거복지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재개발임대주택'에 입주하거나 '공공임대' 등 당첨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임대주택을 안내받았다.

    다양한 임대주택의 복잡한 셈법이 오히려 수요자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장기전세주택,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등 7가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령대와 소득수준 등에 따라 소분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체적인 유형을 따로 만들어내면서 가짓수는 훨씬 더 늘어난 상태다.

    실무 담당자들마저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익숙하지 않은 공공임대주택 수요자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서종균 주거복지처장은 "공공이 민간주택을 임대해 수요자에게 다시 값싸게 임대해주는 방식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세임대나 SH 장기안심주택을 제외하고는 현재 복잡하게 분화된 임대주택 유형들을 한 가지로 통합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장 필요한 사람' '시급한 상황' 등 다양한 기준을 추가해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자가 절차에 맞춰 신청만 해놓으면 통합된 '대기자 명부' 풀을 만들어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대기자 명부에 오르면, 복잡한 유형을 스스로 따지거나 떨어져도 끊임없이 재신청을 반복할 필요 없이 '수요자'로서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처장은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공급은 매년 많게는 10만 호가 새로 쏟아지는 등 양적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물량 문제 다음을 살피는 후속 장치가 없었던 셈"이라며 "유형 통합 등과 함께 임대주택의 가격대 역시 폭넓은 수요자의 사정에 맞춰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이 같은 취지의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더 복잡해지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유형마다 입주 자격과 임대조건이 다르고 유형 간 관계도 합리적이지 않아 수요자들이 이해와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도 제시한 만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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