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국가대표 선수촌장(왼쪽)과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2일 체육회 이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진천=체육회)
대한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권고안에 대해 다시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체육회는 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이사회를 열어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다짐'이라는 부제목을 단 스포츠시스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문체부 혁신위의 권고안 대신 자체 혁신안을 내놓은 셈이다.
김승호 체육회 사무총장은 이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문체부에서 혁신위를 발족할 때 체육회도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면서 "그동안 체육회가 효자 종목 및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했다면 이번 혁신안에는 일상 스포츠와 학교 체육 육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권고안이 엘리트 체육 개혁에 집중한 것과 적잖게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문체부 혁신위는 지난달 체육회와 KOC를 분리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KOC는 올림픽과 관련한 스포츠 외교에 집중하고, 국내 스포츠를 총괄하는 체육회는 연 400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책적으로 정부의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치와 스포츠 분리 규정에 어긋난다며 분리 권고안을 반대해왔다. 체육회 노동조합은 물론 회원 종목 단체 연합인 경기인단체연합회가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의 스포츠 개입에 대해 '제 2의 체육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체육회 노조는 기자회견이 열린 챔피언하우스 3층 강당 앞에서 "분리 결사 반대"
를 외치며 농성했다.
체육회 노조원들이 2일 체육회 이사회 뒤 기자회견장 앞에서 KOC와 분리 반대를 외치며 농성하고 있다.(진천=체육회)
체육회 이사회도 같은 입장이다. 김 총장은 일단 "체육회와 KOC 분리 권고안은 문체부가 아닌 혁신위가 낸 것"이라며 상위 기관인 문체부와 대립각을 경계했다. 문체부는 전날 보다자료를 내고 "체육계가 분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비난은 삼가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분리 반대 입장은 분명했다. 김 총장은 "체육회가 예산은 문체부에서 받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의 예산을 받지만 의회는 자율적으로 조직된다"는 비유를 들며 "자율성이 흔들리면 체육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경기인 출신의 신치용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보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신 총장은 "평생 운동만 해왔고 무엇이 체육 발전에 좋을지 고민해왔다"면서도 "혁신위가 너무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본인들 생각이 있지만 체육인 등 현장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체부와 협의의 여지는 남겼다. 김 총장은 "문체부가 혁신위 권고안과 체육회 혁신안 등 많은 의견을 수렴해 개혁을 위한 최선의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장도 "당장 내년 도쿄올림픽이 있고 국가대표는 성적을 내려고 선수촌에 왔다"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다같이 생각하고 연구해서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