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와 이른바 '자녀 스펙(경력) 품앗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한영외고에서 운영됐던 정식 인턴 프로그램을 거친 결과일 뿐, 자신은 물론 배우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장 교수의 언론 인터뷰를 적극 언급했는데 유리한 내용은 활용하고, 불리한 내용은 무조건 부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후보자 딸이 인턴 활동을 열심히 해서 제 1저자 지위를 부여했다'는 장 교수 발언은 적극 앞세우고, '배우자 간 인맥이 작용했다'는 취지의 증언은 부인하는 식이다.
이처럼 핵심 의혹 당사자의 증언을 선택적으로 인용한 조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교육계에서는 조 후보자 딸과 한영외고 유학반 동창이었던 장 교수 아들이 2009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법대 법학연구소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이 센터에 참여했으며, 그의 딸도 비슷한 시기 해당 인턴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조 후보자와 장 교수 간 '인턴 스펙 품앗이' 의혹으로 번졌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07년 장 교수 밑에서 2주 인턴생활을 통해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영어 논문 제1저자 지위를 부여받았다. 서로의 자녀를 챙겨준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따라붙은 이유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장 교수와 저는 전화번호도 모르고, 연락도 한 적 없다"며 "장 교수 아들 역시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고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딸의 단국대 인턴 활동 시작 경위에 대해서도 "제 배우자가 아니라, 외고 담당 선생님(디렉터)이 만든 인턴십 프로그램에 제 아이가 참여한 것"이라며 "장 교수에게 저나 그 어느 누구도 연락드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의 해명은 의혹 당사자인 장 교수의 언론 인터뷰 내용과 배치된다. 장 교수는 앞서 CBS노컷뉴스에 "(조 후보자 딸) 조씨의 엄마가 의대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달했고, 그것을 나한테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외고 차원의 정식 인턴프로그램이 아니라, '엄마 인맥'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단국대 역시 장 교수와 같은 설명을 내놓자 조 후보자 측 인사청문회 준비팀 조차 '부모'가 주도한 인턴 활동임을 시인하는 듯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당시 준비팀 관계자는 "학부형들이 학교 안에서 지원을 받고, 학생들에게 지원할 사람은 지원하라고 해서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회견에서는 장 교수의 '엄마 인맥' 발언은 사실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도 나왔지만, 조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반면 조 후보자는 자신의 딸이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장 교수 발언은 적극적으로 사실인 것처럼 설명했다.
그는 "논문 책임저자(장 교수)의 인터뷰를 보니 제 아이가 놀랍도록 열심히 했다고 한다"며 "연구원들의 연구 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1저자 등재는) 저도 의아하다고 생각하긴 했다"면서도 "지금은 허용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1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교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9년 조 후보자 딸과 함께 한영외고 동아리 활동을 했던 학생들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무더기로 인턴 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딸이 해당 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고등학교(외고)에 속한 동아리가 센터 소속 행정실에 연락해서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딸을 둘러싼 '특혜입시·장학금 의혹'과 관련해 불법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줬다. 법적 논란과는 별개로 학생과 국민들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