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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덕수궁과 현대 설치미술의 조화로운 만남

    '덕수궁- 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 展
    5일부터 2020년 4월 5일까지 덕수궁에서 5개 작품 전시

    덕수궁 광명문에 설치된 '밝은 빛들의 문' (사진=연합뉴스)

     

    2012년과 2017년 '덕수궁 야외 프로젝트'의 계보를 잇는 전시가 돌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5일부터 내년 4월 5일까지 문화유산과 현대건축을 접목시킨 '덕수궁- 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를 개최한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고궁에서 펼치는 현대미술의 향연으로 호평을 받았던 '덕수궁 야외 프로젝트'의 계보를 잇는 건축전으로 지난해 문화재청 덕수궁 관리소와 격년제 정례전시 협약을 맺고 공동주최로 올해 처음 열린다.

    '덕수궁- 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는 고종황제의 서거와 3.1 운동이 있었던 1919년으로부터 100년이 흐른 2019년, 대한제국 시기에 가졌던 미래 도시를 향한 꿈들을 현대 건축가들의 상상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스페이스 파퓰러, CL3, 뷰로 스펙타큘러, OBBA, 오브라 아키텍츠 등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5팀의 작품 5점이 전시된다.

    '개항'과 '근대화'라는 역사적 맥락을 같이하는 아시아 주축 건축가들은 한국의 살아있는 근대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상, 연출했다.

    스페이스 파퓰러(라라 레스메스, 프레드리크 헬베리)는 덕수궁 광명문에 '밝은 빛들의 문' 작품을 선보인다. 광명문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빛의 스크린을 설치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이날 함께한 라라 레스메스는 "미디어의 연결고리를 중점으로 몇달 간 작품을 준비하면서 한국 건축의 단청에 영감을 얻었다"라면서 "단청 스타일을 배우면서 몽환적인 코드를 찾아 미디어와 과거라는 시간의 여행 연결고리를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프레드리크 헬베리는 "유적지 안에 들어와 비디오 영상물의 설치를 통해 건축적인 사고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자 했다"면서 "가상 현실 공간에서 주요 공간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착안해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함녕전 앞뜰에 설치된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 (사진=연합뉴스)

     

    고종황제의 침전이던 함녕전 앞마당에는 홍콩 건축가 CL3(윌리엄 림)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가 설치됐다. 황실의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라운지 의자 등 20세기 서구의 실험적인 가구 유형을 디자인 했다.

    윌리엄 림은 "함녕전이 궁궐의 내전이기에 중요성이 있지만 (작품이 설치된) 안뜰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이곳 안뜰에 가구를 설치하면서 황족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떨까 상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라고 작품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윌리엄 림은 이 같은 가구 작품에 ▲ 제례의식을 바탕으로 한 문화 ▲ 황족 개인의 일상 ▲ 즐거움 ▲ 실용성 등 네가지 컨셉으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중화전 앞에 설치된 '대한연향'(大韓宴享) (사진=연합뉴스)

     

    덕수궁 법전인 중화전 앞에는 '2018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건축 부분(문체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OBBA(곽상준, 이소정)의 '대한연향'(大韓宴享)이 전시됐다.

    과거 중화전 앞에서 열렸던 연향(궁중잔치)에는 기능에 따라 공간이 새로 창출되는 장치들이 동원됐다. 작가는 이러한 전통 구조물에서 영감을 얻어 오색 반사필름을 통해 시시각각 바람에 반응하며 춤추듯 변화하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OBBA의 이소정은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을 받고 덕수궁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를 하면서 중화전 마당에 걸려있었던 고종의 병풍을 보게 됐다. 그 병풍은 조선궁중 마지막 향연때 사용됐다"라며 "향연이라고 하지만 기쁨보다는 조선에 대한 불투명과 미래에 대한 슬픔이 가득찼을 것이라는 배경과 상황을 생각하니 먹먹해지더라. 슬픔의 공간에서 기쁨의 승화라는 부분을 고민하면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슬픔과 기쁨의 충돌 외에 덕수궁은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고 궁내에 동양식 목조 건물과 서양식 석조 건물이 있어 장소적으로도 충돌한다"면서 "반사필름이 바람과 빛의 충돌에 의해 파편화 되면서 역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며 대한민국의 안녕을 염원하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미래의 고고학자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대만계 캐나다 건축가이자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건축전 대만관의 대표작가인 뷰로 스펙타큘러(히메네즈 라이)는 '미래의 고고학자'라는 작품을 석조전 분수대 앞에 전시했다.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먼지가 쌓여 단층을 만들 듯, 수 세기 후 지면과 우리와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보여준다.

    관객들 역시 설치된 작품의 계단을 직접 올라 수세기 뒤 미래의 한 시점에 도달하고 발 아래 2019년을 과거로서 바라보게 된다.

    히메네즈 라이는 "고고학 이라는 것은 기본 관계가 땅과 설정돼 그 첫번째 행위가 땅을 파는 행위"라면서 "작은 먼지들이 쌓이며 공간이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할때 연간 쌓이는 먼지가 약 3mm 정도라며 천년의 시간이 흐르면 공간은 30m가 올라간다"면서 "그렇다면 지금 현재의 미래는 얼마나 빠르게 어느 높이까지 올라갈지, 미래의 고고학자가 우리를 찾을때 과거의 높이는 어느 정도일지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덕수궁관에 이어 서울관 마당에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제니퍼 리, 파블로 카스트로)의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인 '영원한 봄'이 11일 공개된다. 이 작품은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덕수궁관에 이어 서울관 마당에서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의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인 '영원한 봄'이 11일 공개된다. 기후변화와 역사변혁에 다양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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