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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보이콧?…헛발질한 한국당의 '뒷북'

국회/정당

    조국 청문회 보이콧?…헛발질한 한국당의 '뒷북'

    샅바싸움 중 임명 수순…맥 빠지게 돼
    원내지도부, 책임 피할 수 없을 듯
    이와중에 나경원·정갑윤 실언까지
    여론 공감 못받는 '무능 보수' 현주소
    "한발 늦었다…의원들 부글부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실상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 수순을 밟으면서 여당과 샅바싸움을 벌이던 자유한국당은 맥이 빠지게 됐다.

    원내지도부가 별도의 반박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중대한 결단'까지 예고했지만,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조국, 거짓말이야" 뒤늦은 반박

    한국당은 3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246호 회의실에서 조 후보자 해명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날 조 후보자가 돌발 기자회견을 열었던 곳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이었다.

    조국 인사청문회 TF팀에 속한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한국당은 분야별로 순서를 나눠, 개별 의원들에게 5분씩 부여했다. 옆에 디지털시계를 두고 발언 시간을 넘기면 마이크를 끄는 등 정식 청문회 분위기를 꾸몄다.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해명을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먼저 '딸의 장학금을 청탁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에 "그렇다면 입학 전 장학금을 수령한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던 것이냐(곽상도)"고 일갈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딸의 영어성적이 하위권이었다는 새로운 제보도 공개됐다. 주광덕 의원은 앞서 '특혜 인턴' 의혹을 제기했던 제보자 A 씨가 최근 전한 딸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상 성적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그렇다면 한국말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영어로 번역이 가능한지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영어를 잘해서 논문 공저자로 인정받았다는 말은) 거짓 답변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물론 증인이나 추가 자료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만 되풀이됐으며, 핵심적인 한 방이 끝내 터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흥행도 끌지 못했다. 전날 조 후보자 기자회견에 예고 1~2시간 만에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적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당 출입 기자와 보수 유튜버 중심으로 진행될 뿐이었다.

    한국당이 '방송 편성 상 균형'을 적시한 방송법 6조까지 들먹이며 각 방송사에 생중계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몇몇 언론사가 낮 시간에 1시간 이내로 방영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이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오는 6일까지로 잡았다. 임명 강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곽상도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청문회 패싱…오도 가도 못하는 한국당

    결국 조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법무장관에 임명될 전망이다. 남은 사흘 동안 한국당이 증인채택을 포기하거나 민주당이 일정을 새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청문회 개최가 불가능하다.

    국민에게 권한을 부여받은 청문회가 '패싱' 된 데에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도 있겠지만, 협상 과정에 '허를 찔린' 한국당 원내지도부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후보자에게 의혹이 숱하게 쏟아지던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증인 채택과 관련한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하며 시간을 끌자, 한국당은 청문회 개최를 확정하지 못했다.

    의원총회에 청문회 안건을 상정하고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지 이틀 만이었다. 결과적으로 여권에 '한국당이 청문회를 보이콧하려고 한다'는 말이 나올 빌미를 준 셈이 됐다.

    이후 한국당은 원래 청문회를 열기로 했던 2일에야 "딸·아내·어머니 증인 채택을 양보한다"며 물러섰지만,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낼 수 없었다. 다른 증인에게라도 출석을 요구하려면 최소 닷새가 필요한데 여당에서 일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했던 2~3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재송부 기간까지 기대보다 짧게 잡히면서 한국당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여기에 나경원 원내대표가 부산 집회에서 "광주일고 정권"이라며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정갑윤 의원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출산했으면 100점짜리"라고 실언한 게 겹치면서 여론은 더욱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 멈칫하다가 이제 다시 청문회 하자고 한다고 해봐야 될 리가 있느냐"면서 "실적을 하나도 내지 못한 원내지도부에 대해 부글부글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그런 얘기는) 인사청문회를 껍데기로라도 하자는 것일 텐데 자료·증인 없는 청문회가 어떤 모습일지 어제 기자간담회로 보셨을 것"이라면서도 "임명이 강행될 때 한국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 교섭단체 간 합의한 9월 의사일정, 즉 대정부질문·원내대표연설·국정감사 등이 본디 야당에 유리한 항목인 만큼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는 지키되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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