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아나운서 부문 개인상을 수상한 CBS 정민아 아나운서가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너무 낮지 않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오프닝 멘트와 이어지는 친숙한 음악. CBS 정민아 아나운서는 그렇게 매일 아침 6시, 간결한 말과 음악으로 누군가의 시작을, 혹은 누군가의 마무리를 함께하고 있다.
제46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부문 아나운서상의 영예는 CBS 음악FM '정민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정민아 아나운서에게 돌아갔다.
지난 2005년 CBS에 입사한 정민아 아나운서는 시사와 음악 부문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CBS음악FM '정민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제작·진행하며 우리 사회 소시민들과 낮은 목소리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시상식에서 정 아나운서는 "정갈한 진행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방송인이 되고자 한다"라며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누고 상담해주는 수많은 청취자와 이 기쁨을 나누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민아 아나운서를 4일 오전 CBS 사옥에서 만나 그가 말한 '선한 영향력'이란 무엇인지 그날의 소회를 자세히 들어봤다.
CBS 정민아 아나운서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아나운서 부문 개인상 수상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 정민아 아나운서, '아나운서+프로듀서+작가'로 청취자를 만나다"열심히 하지 않는 방송인이 없고 고생하는 방송인이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도 올해 제게 이런 큰 상을 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제가 저의 자리에서 일하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라 생각해요. 정말 감사해요."정민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매일 오전 6시부터 7시까지(CBS JOY4U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까지 방송) 평소 접하기 힘든 원어 찬송을 듣는 시간이다. 정 아나운서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진행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고 있다.
흔히 '아나듀서'(아나운서와 프로듀서 합성어)라 불리는데, 정 아나운서는 '아나듀터'라고 표현했다. 아나운서와 프로듀서, 그리고 작가(writer)의 합성어로, 그가 만든 단어다. 최소 2~3명이 할 일을 혼자 해야 하다 보니 힘도 들고 품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14년 차 아나듀서인 지금도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다.
(사진=홈페이지 화면캡처)
정 아나운서는 "내가 알아야 선곡도 하고, 청취자들께 올바른 멘트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라며 "덕분에 나도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떤 청취자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대해 "CCM 방송으로는 최고의 선곡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정 아나운서는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최고의 찬사"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제작까지 겸하며 직접 선곡까지 하고 있기에 이 같은 청취자의 격려가 더욱더 고맙다고 말했다.
정 아나운서는 "누군가는 음악이야 뭐 아무렇게나 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선곡에도 원칙이 있고,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 날씨나 사회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라며 "또한 청취자의 분위기, 청취자의 기분에도 영향을 받는다. 셀프 제작이 주는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진행뿐 아니라 제작까지 겸하기에 이런 매일의 호흡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아나운서 부문 개인상을 수상한 CBS 정민아 아나운서가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시간…말보다 음악, 낯섦보다 친숙함으로 다가가다프로그램 제작과 진행에 있어 정민아 아나운서에게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불필요한 말을 줄이자, 다른 하나는 최대한 청취자에게 익숙한 음악을 많이 틀자는 것이다.
그는 "내가 열 마디 말할 시간에 청취자들께 좋은 노래 한 곡으로 보답하려고 한다. 나 같아도 아침부터 장황한 말을 듣기보다는 좋은 노래 한 곡을 더 듣고 싶을 것 같다"라며 "그렇기에 두 마디 할 것 한마디 하고, 최대한 불필요한 말은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아나운서는 "낯선 노래만 많이 트는 것보다는 최대한 청취자에게 익숙한 노래를 많이 틀려고 한다"라며 "좋은 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좋고, 오늘 들어도, 내일 들어도 좋다. 친숙해야 따라 부르기도 쉽다. 특히 찬송은 더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 아나운서는 인터뷰하며 오전 6시와 프로그램에 관해 '낮고, 어두운, 화려하지 않은'이라는 말을 종종 했다. 정민아 아나운서가 이런 두 가지 원칙을 세운 것은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시간적 특성도 반영돼 있다.
"저는 오전 6시라는 시간을 오묘하고 신비한 시간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서 오전 6시는 하루를 시작하지만, 의외로 이 시간에 하루를 마감하는 분도 많아요. 밤샘 작업 후 고단한 분들, 그런 분들이 지금의 시간이 고마운 시간이라고 사연을 많이 보내주세요. 그래서 오묘한 거 같아요. 시작과 마감이 교차하는 시간, 새벽도 아닌 아침도 아닌 시간이죠. 오전 6시의 하늘을 보면 새벽인 듯, 초저녁인 듯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 느낌이 사람의 삶과 비슷한 거 같아요."◇ ‘위로’라는 선한 영향력 전하며 청취자 곁에 서다
‘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아나운서 부문 개인상을 수상한 CBS 정민아 아나운서가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민아 아나운서는 이 오묘한 시간에 자신을 찾아오는 청취자들에게 말보다는 음악으로, 낯섦보다는 친숙함으로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위로'다. 한국방송대상 수상 후 밝힌 소감에서 언급된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정 아나운서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이게 갖는 큰 의미 때문에 내가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까, 감당할 수 있는 말일까 하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다"라며 "선한 영향력이란 여러 의미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방송을 듣는 분들에게 평안과 안식, 위로를 심어드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편안한 마음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라며 "내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내 방송을 듣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아나운서는 청취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청취자들이 '빨리 6시가 됐으면 좋겠다', '빨리 정민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내가 6시에 깨면 늘 이 자리에 와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렇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성실한 방송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가 수상소감에서도 가족들 이야기는 안 하면서 청취자 여러분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어요. 무대 위에서 진심을 전하고 싶었고, 그게 제 진심이었어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하면서 제게 좋은 일이 많았는데, 사실 청취자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예요. 라디오에서는 '청취율 사각지대'라고 하는 시간인데요. 건방진 말일지 모르지만, 어두운 이 시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제가 불어넣은 게 아니라 청취자가 모이고 청취자들을 통해 생명력이 탄생하는 거예요. 오전 6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청취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아나운서 부문 개인상을 수상한 CBS 정민아 아나운서가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