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군과 대조군 간 맥파 지표 분포 비교 그래프.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진맥으로 환자의 통증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학연)은 미래의학부 전영주 박사 연구팀이 경희대 한방병원과 함께 객관적인 맥진 지표를 개발해 전통의서 속 맥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방 부인과 다빈도 통증 질환인 월경통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는 20대 월경통 환자군 24명과 건강대조군 24명이 참여했다. 피험자는 자궁근종 같은 부인과 질환 등 기질적 질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피험자는 월경기, 난포기, 황체기의 월경주기에 따라 한의학연에서 개발한 맥진기를 이용해 맥파 신호를 측정했다.
동일 질환이라도 증상에 따라 맥파가 다를 수 있어 3인의 한의사가 변증 진단도 수행했다. 변증은 한의학에서 환자 병의 위치와 원인을 살펴 진단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환자군의 변증은 약 96%가 '기체어혈(氣滯瘀血)'로 나타났다. 기가 몰린 지 오래돼 어혈이 생긴 것으로 발생 부위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심해지면 해당 부위가 단단하게 붓거나 살이 상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기체어혈로 진단된 통증 환자가 긴장된 맥의 특성을 보인다는 전통의학 고서의 이론을 입증하고 그 특성에 따른 통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맥파 신호에서 정량적 지표를 찾아 분석했다.
긴장된 맥파는 가압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나타나므로 가압 크기를 일정하게 증가시킬 때 최대 압맥파가 나타나는 시간은 짧아진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에 주목해 가압에 따른 맥파의 저항 구간을 긴장도 지표로 정의해 정량화했다. 월경주기에 따른 월경통 환자군과 대조군 간의 맥파 지표들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난포기와 황체기에서는 환자군과 대조군 간 맥파 지표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월경기에서는 환자군과 대조군 간의 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환자군의 맥이 대조군의 맥보다 긴장되고 깊이가 얕으며 최적 가압 값은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맥파 신호를 기반으로 통증 상태의 긴장된 맥을 정량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향후 통증의 치료 경과를 맥진을 이용해 정량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연구책임자 전영주 박사는 "한의학 맥상(脈想)을 정량적 지수로 구현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임상 유효성까지 검증함으로써 새로운 맥진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