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보현PD)
'정의와 공정을 강조하던 사람이 어찌 그럴수 있냐'는 실망과 배신, 분노를 표출시킨 조국사태가 사건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갖는다. 청문회가 끝나면 다음주 주초쯤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 대한 임명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조국 후보의 임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가 있다.
검찰의 카드이다. 검찰은 이번 주말과 휴일 어간에 조국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적으로 소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소환 조사 직후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확인된 혐의내용을 바탕으로 영장을 청구하기라도 한다면 조국 사태는 거의 끝점에 도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검찰이 조 후보 부인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동양대학교 총장의 표창장이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겠지만, 대학 총장이 다수의 표창장을 만들어 왔다면 객관적 증거를 찾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일단 동양대학교는 총장 직인 사용에 대한 위임이나 전결 규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서두르고 싶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결정 시점과 맞물려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검찰도 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이 사건이 영장 청구 사안인지 먼저 판단해야 하고, 만일 청구한다면 법원의 결정도 중요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오늘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조 후보자는 물론 청와대와 검찰도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조국 후보 본인이든, 청와대·여당이든, 검찰이든 이 사태는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한다. 조국 후보자, 검찰 모두 과유불급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경우를 세상사에서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1.조국의 과잉조국 후보의 과잉은 '나는 예외다'라는 특권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솝 우화에서 <돼지들의 소풍>은 조국 후보를 빗댄 이야기 같다. 12마리의 돼지가 소풍을 가는데 개울을 건너고 빠진 녀석이 없는지 점검을 한다. 그러나 돼지들이 돌아가면서 숫자를 세지만 모두 자신은 빼고 셈을 한다. 셀때마다 11마리 뿐이었다. 그렇게 숫자를 세다보니 어느새 하루해가 지고 말았다. 거기에서 소풍은 끝났다. 이솝은 자신은 잃어버린 채 바깥 대상에만 시선을 돌리는 인간의 모습을 돼지에 빗댔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조 후보자는 '사회적 자아'가 대단히 공정한 것 같지만, '개인적 자아'는 양지 지향적 태도를 취했다. '양심적 자아'를 갖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움찔하게 만들 정도이다. 그의 '리셋' 기능은 너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의 특권의식은 이미 많이 지적됐지만, 국회에서 기자회견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정권 실세'라 하더라도, 설사 여당이 자리를 깔아주더라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여러모로 '선택적 특혜조치'이다. 국회 인사청문을 받아야 할 어느 공직 후보자가 국회 회의실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권능을 갖는가.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입시내용을 봐도 조 후보는 이런 '선택적 특혜'에 매우 익숙한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국회 회의실에서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정치민주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정치민주화에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 불평등의 문제, 사회경제 민주화 문제엔 소홀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민주화 문제만 신경 썼던 것이 아닌가 후회와 반성을 해봅니다.
정치적 민주화가 만개를 했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부익부 빈익빈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가 책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정치적 민주화를 외쳤고 진보와 개혁을 외쳐놓고 이런 불평등 문제에 대해 앞장서서 나서지 못한 점, 그 결과 저희 아이가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혜택을 입은 점에 반성합니다." (2019년 9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이제와서 사회경제민주화에 대해 소홀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나 지난 10여년간의 소득 불평등에 대한 요구를 귓등으로만 들었다는 것인가.
2.검찰의 과잉"한국 검찰은 자신들이 사회를 규정지으려는 잘못된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다"
전직 법무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은 항상 자신이 재단하려는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검찰이 그렇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삼권분립 정신을 분명히 하고 있다.헌법은 총강에 이어 국민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국회, 정부 순으로 다루고 있다.
검찰이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매우 성급한 조치이다. 고소, 고발사건이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과잉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국회의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이 도저히 안된다'는 명분을 축적하고 그 다음 검찰은 움직였어야 했다.
수사 시점은 물론 수사 방식도 도를 넘어섰다. 검찰은 특수 수사의 주력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동원하고 이것도 모자라 방위사업부 인원까지 차출하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 후보자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크게 모으고 있지만 그렇다고 '권력형 비리'나 '개인축재형 비리'는 아니다. 입시 비리 의혹과 사모펀드 의혹이 핵심이고 엄청나게 고도의 수사기술이나 기밀을 요하는 수사도 아니다. 이미 혐의 내용의 대부분은 언론에 보도돼 있다. 이런 수사에 대한민국 특수부의 주력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의구심을 표시한다.
'조국 사태'가 특수한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검찰의 조치는 이전과도 대비된다. 강원랜드 사건이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취업특혜사건 수사때도 이런 광경은 없었다. 조국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수사가 마무리된 뒤 검찰권 행사방식에 대한 통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방치하면 다시 '검찰 공화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적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