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나이와 성별, 직군에 상관없이 방송 현장에서 노동하고 있다면 모두 '방송 노동자'이며,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연기자의 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8월 3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키즈 유튜브의 명과 암' 편에서는 인권 침해는 물론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는 '키즈 유튜버'의 문제를 다뤘다. 방송에서는 키즈 유튜버의 인권 문제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아동청소년연기자의 문제까지 짚었다. 방송에서는 해외와 달리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동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빛센터는 "한국 사회에서는 오랜 시간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웠다"면서 "방송 노동 현장에 도사리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일상적인 인권 침해는 한국 사회의 아동, 청소년에 대한 인권 침해와 결합하며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은 이중고의 환경 속에 놓여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연기자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빛센터는 '쿠건법'(캘리포니아 아동 연기자 보호 헌장, California Child Actor's Bill)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39년 부모가 자신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연기자가 지급받은 출연료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쿠건법'(캘리포니아 아동 연기자 보호 헌장, California Child Actor's Bill)이 제정됐다. 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일찌감치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다양한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에 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내 조항을 통해 아동청소년연기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절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보호'에서는 청소년보호 원칙(19조), 청소년 관련 금지행위(20조) 등 7개 조항에 걸쳐 아동청소년연기자 인권과 관련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2018년 12월 19일 열린 아동청소년 배우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간담회.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한빛센터는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산업 발전을 명목으로 2018년에는 연예기획사의 등록 요건을 완화해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2012년 2월 영화진흥위원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의 정신 상담을 지원하는 MOU를 맺은 바 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2년 만에 폐기되는 등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의 인권은 열악한 상황이다.
한빛센터는 올해 초부터 아동청소년연기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화연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청소년노동인권 노랑,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함께 '아동청소년연기자 노동인권개선 공동행동'을 만들어 제도 도입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연기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 지원과 함께 아동청소년연기자의 출연료를 부모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빛센터는 "더 이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권리가 제한되는 상황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며 "나이와 성별, 직군에 상관없이 방송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면 모두 '방송 노동자'이고,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빛센터는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이 나이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당당한 한 명의 '방송 노동자'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기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방송사, 제작사, 그리고 연예 기획사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아동청소년연기자들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