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6일 여성의 신체를 본딴 성기구인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변화하는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정책개발과 관련 제도개선에 대한 약속을 전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앞서 청원인은 지난 7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의 모양과 비슷한 성인기구인 리얼돌은 원하는 모습으로 커스텀 제작까지 가능하므로, 이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여성의 얼굴과 신체이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이 국민청원은 한달 만에 26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겼다.
답변에 나선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리얼돌 관련 청원을 통해 관련 국민 여론을 다시 한번 깊게 이해하고, 관련 정부 정책과 현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먼저, 강 센터장은 지난 6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대법원은 해당 물품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할 만큼 노골적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대법원은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 판매돼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강 센터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리얼돌 수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며, 소를 제기한 해당 물품에 한정하여 수입을 허가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사법부의 확정판결은 따라야 하지만, 아동청소년 보호 문제나 특정 인물의 모습으로 제작된 리얼돌 등 국민들의 우려가 큰 영역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먼저, 강 센터장은 "현행 법령상으로 리얼돌은 청소년의 구매와 접근이 금지돼 있다"며 "리얼돌은 성기구로 청소년유해물건에 해당해 청소년의 구매와 접근이 금지돼 있다"고 전했다.
강 센터장은 "정부는 주기적으로 판매사이트 및 업소를 점검·단속하여 우리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동의 모습을 딴 리얼돌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법에서는 '아동형상 리얼돌'이 명확한 규제대상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부족한 부분은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므로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동시에 정부에서도 아동형상 리얼돌에 대한 규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하며 영국, 캐나다 등 해와에서는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정 인물 형상 맞춤형 주문제작 리얼돌'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동의없이 제작·유통되는 것은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강 센터장은 "앞으로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한 현황 파악 및 관련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하고, 우리 사회의 보다 성숙하고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정책개발과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