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피해자가 실종됐을 때 초동대응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수사팀 소속 경위이던 A씨는 이영학이 여중생 B양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날 당직근무를 했다.
B양의 어머니는 지난해 9월 30일 오후 11시 15분께 딸이 전화기도 꺼진 채 귀가하지 않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에 112상황실에서는 이 사건을 즉시 구조하지 않으면 생명·신체의 위험요인이 증가되는 '코드1'로 분류하고 즉시 출동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지령이 떨어졌을 때 A씨는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A씨와 같은 근무조이던 순경은 출동 지시 무전에 "알겠다"고 응답하고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30여분이 지난 후 A씨의 근무조는 다른 사건 피의자를 신문하고, 다른 사건에 출동했다.
이들은 10월 1일 오전 2시 42분께가 돼서야 지구대를 방문해 B양 사건의 수색 상황만 물어보고는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중랑서로 복귀했다.
그러던 사이인 10월 1일 0시 30분께 이영학은 B양을 상대로 범행했다.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A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고 불복해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출동 지령을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는 공무원의 성실의무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며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당시 '코드1' 지령이 여러 건 발령돼 부득이하게 출동이 지연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더 우선해 처리할 사건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 "설령 다른 사건으로 즉시 출동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해도 신고자와 통화하고 관할 지구대에 초동조치 상황을 문의하는 등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같은 근무조의 경력이 짧은 순경에게 무선 지령의 청취를 일임하고는 그런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직무의 특성상 높은 성실성이 요구되고, 특히 실종아동 등 가출인 관련 신고는 초동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A씨는 잠을 자느라 출동 지령조차 몰랐고 관련 매뉴얼 등을 숙지하지도 않았다"며 "결국 피해자는 친구의 아버지에게 살해당했으므로 비위의 정도가 무겁다"며 징계 수준도 적정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