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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종이상자 90%는 '재활용'…탁상행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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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종이상자 90%는 '재활용'…탁상행정 논란

    종이상자 장바구니로 대체 소식에 시민들 반발 거세
    환경부 "새 종이상자까지 버려져…제주서 이미 정착 성공"
    정작 제주 소비자 반응 확인 안해…"종이상자 대부분 재활용품, 새 제품은 극히 적어"
    마트·시민단체도 회의적…"종이영수증 등 성과 분명한 사업에 행정력 집중해야"

    경남 창원 성산구 한 대형마트(사진=이형탁 기자)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종이상자(종이박스) 무료제공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놓고 찬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달 29일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4곳과 협약을 맺으면서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건을 담는 빈 종이상자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르면 이들 대형마트 4곳은 앞으로 2~3개월간 준비 작업 및 홍보를 거친 뒤 점포에서 종이 상자 및 자율포장대를 없애고, 대형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 등을 판매·대여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제 손으로 장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나 생각할 탁상행정"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애초 대량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데, 장바구니로 많은 짐을 나눠 담아 옮기기는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환경부 주장처럼 비닐테이프, 노끈이 문제라면 종이테이프 등 재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대체하자는 반박도 나온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와 자발적 협약 체결

     

    이러한 시민들의 반발에 대해 환경부는 '당장 시행할 뜻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서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환경부는 "지금 당장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바구니 대여 시스템을 구축해 일부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효과와 불편사항, 종이박스를 주워 사는 저소득층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 판단한 이후 최종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됐던 재활용 상자만으로는 소비자 사용량을 채울 수 없어 마트 측이 자율포장대 전용 종이상자를 새로 사들이는 양도 상당하다"며 "버려지는 종이상자를 소비자가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쓰레기'가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활용도 비용이 들고, 자원을 사용하는 일"이라며 "재활용은 차선일 뿐,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이미 제주도에서 '종이상자 없는 대형마트'가 3년째 잘 정착한 바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4개 대형마트와 현지 중형마트 6개사가 2016년 9월부터 자율포장대의 종이상자 및 포장테이프, 노끈을 제거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영업을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광 관련 서비스업 및 농업 종사인구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하면 소비행태가 전혀 다를 수 있는 여타 지역에서도 종이상자 없애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또 환경부는 정작 종이상자 없이 대형마트를 이용한 제주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련 통계나 설문조사 결과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

    경남 창원 성산구 한 대형마트(사진=이형탁 기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발적 협약에 참여했던 마트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협약에 참여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농협 하나로 마트를 제외하면 제주도에는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를 모두 합쳐도 5곳 정도"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에 관해서도 따로 조사한 바가 없어 3년 동안 종이상자 없이 운영했다고 해도 정착 여부나 전국 확대 등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마트의 관계자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캠페인에 참여했지만, 당장 종이상자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닌 자율협약일 뿐"이라며 "이미 스마트폰 앱 등으로 대체돼 소비자도 '버려달라'고 요구하는 종이영수증이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없어지겠지만, 종이상자는 연말이 되더라도 소비자 반응을 좀 더 살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이상자 포장 관행 때문에 대량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종이상자 중 80~90%는 이른바 '까대기'를 거친, 판매 상품 포장에 쓰이고 남은 재활용품"이라며 "고객에 비해 종이상자가 부족한 신규 매장이라면 모를까, 자율포장대를 운영하기 위해 새로 사오는 종이상자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잘라말했다.

    환경단체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민들의 불편과 반발에 비해 쓰레기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자칫 일회용 쓰레기 감축 캠페인 자체가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환경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대부분이 유통 과정에서 사용한 뒤 버려질 상자를 고객들이 재사용하는 것인데, 비닐봉투에 이어 종이상자까지 규제하면 소비자 불편이 너무 클 것"이라며 "종이테이프 등 합리적 대체 방안도 있고, 종이상자보다 더 시급한 규제할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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