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윤창원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검찰의 수사내용 유출 의혹으로 번지면서 경찰 수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의 유출 의혹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과 조 후보자 양측 가운데 어느 한쪽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면서 빠른 시일 내 진위를 가리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사고 검경 사이 복수전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조국 딸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경찰 "신속히 수사 진행"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조 후보자 딸 조모씨(28)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 사건을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 시민단체가 낸 고발 사건으로, 피고발인은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등이다.
서울교육청에서 한영외고 교직원이 기록을 조회한 1건을 확인했지만, 여당에서는 여전히 주 의원이 공개한 조씨의 생활기록부가 검찰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지난 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생활기록부를 발부받은 사람은 딸과 수사기관 둘뿐인데 상식적으로 본인이 유출했을리가 없다"며 검찰을 유출 당사자로 암시했다.
같은당 이철희 의원은 "생활기록부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증거인멸 의혹들이 기사화되고 있다. 어떻게 했길래 이 모양이냐"며 검찰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을 미적거릴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여당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검찰 수사를 '저열한 방식'이라고 비난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야하는 요구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를 서둘러 해소하는 책무 또한 수사기관으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수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수대는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 사건을 접수한지 단 며칠 만에 시민단체 관계자를 고발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비슷한 취지의 고소장을 낸 조 후보자 딸 조씨도 지난 5일 경남 양산경찰서에 소환돼 4시간 정도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수사에 필요한 자료 요청 역시 발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교육청과 한영외고 관계자를 포함한 참고인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유출자 파악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검찰 수사 전반으로 확대 조짐…"조국, 검찰 둘 중 하나 치명타"경찰 수사가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에 머물지 않고 검찰 수사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앞서 박훈 변호사는 조 후보자 압수수색 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며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박 변호사는 지난 6일 지수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딸 조씨의 논문 파일 포렌식 결과가 유출된 경위도 파악해달라며 추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박 변호사는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 유출 의혹도 고발할지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생활기록부부터 ▲압수수색 내용 ▲논문 포렌식 결과 ▲동양대 표창장 등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유출 진원지로 검찰이 의심을 받으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국면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수사 결과 어느 하나라도 검찰이 유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경우 조 후보자로서는 향후 법무부 장관에 오른 뒤 검찰 개혁의 명분을 쥐게 된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유출자가 검찰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정당성을 확보하며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이미 부인이 기소된 상황에서 조 후보자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의 동력도 상당 부분 떨어질 여지가 크다.
◇정치 수사 비판 우려…"경찰 수사 속도 조절해야"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는 되레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살 수 있는데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 6일 여당의 불법 유출 공세에 "공직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하는 야당 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검경 사이 복수전으로 비쳐질 공산도 경찰로서는 부담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울산지검이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번 사건에 속도를 올릴 경우 논란된 상황을 틈타 보복 수사에 나섰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늘어져도 욕을 먹고, 제대로 해도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민감한 사건인 건 맞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으로는 이번 국면을 계기로 경찰이 검찰을 견제할 카드를 쥐게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