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 시각) US오픈에서 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19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을 이룬 라파엘 나달.(사진=연합뉴스)
'흙신'은 하드 코트에서도 강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이 개인 통산 19번째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9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00만 달러·약 690억 원)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5위)를 3 대 2(7-5 6-3 5-7 4-6 6-4)로 눌렀다. 4시간 50분 대접전 끝에 우승컵과 함께 상금 385만 달러(약 46억 원)을 거머쥐었다.
2년 만이자 개인 통산 4번째(2010년, 2013년, 2017년) US오픈 타이틀이다. 나달은 지난 5월 프랑스오픈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통산 19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이 부문 최다 기록에도 1개 차로 다가섰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가 20번 우승으로 최다 기록 보유자다.
특히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흙신'으로 불린다. 프랑스오픈에서 12번이나 우승한 나달이다. 하지만 나달은 하드 코트인 US오픈에서도 4번째 우승을 거두며 여전히 세계 최고수임을 입증했다. 33살 나달은 1970년 35살이던 켄 로즈웰(호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고령 US오픈우승자가 됐다.
메드베데프는 10살이나 많은 나달을 상대로 체력적으로 밀어붙이려 했으나 왼 허벅지가 불편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4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3회 등 호성적을 내며 나달과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위) 등 '빅3'의 아성을 위협할 후보로 떠올랐다. 세계 랭킹도 4위로 오를 전망이다.
1, 2세트를 나달이 잡을 때만 해도 승부는 예상대로 흐르는 듯했다. 3세트도 게임 스코어 2 대 2에서 나달이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메드베데프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나달의 서브 게임을 역시 브레이크한 메드베데프는 3세트를 7 대 5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기세가 오른 메드베데프는 4세트도 6 대 4로 이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나달은 나달이었다. 마지막 5세트 심기일전한 나달은 게임스코어 2 대 2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잇따라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다. 메드베데프도 4 대 5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나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대 샷이 아웃돼 우승이 확정된 순간 나달은 코트 위에 드러누웠고, 이후 눈물을 쏟으며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