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해외금융계좌 신고현황 (표=국세청 제공)
올해부터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신고자가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지난 6월 해외 금융계좌 신고를 접수한 결과, 개인과 법인을 합한 신고인 2천165명이 모두 61조 5천억 원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신고인 수는 지난해보다 68.2% 증가했고 신고금액은 7.4% 감소했다.
해외 금융계좌란 해외금융회사에 은행업무 및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 등 금융거래를 위해 개설한 계좌를 말하며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현금, 주식, 채권, 집합투자증권, 보험상품 등 모든 자산이 신고대상이다.
연도별 신고 인원 및 금액 (그래프=국세청 제공)
개인은 1천469명이 5천638개 계좌, 6조4천억원을 신고해 인원은 지난해보다 99.6% 증가했으나 금액은 7.2% 줄었다.
법인은 696개가 1만515개 계좌, 55조1천억원을 신고해 지난해보다 법인 수는 26.3% 늘었지만 금액은 7.4% 감소했다.
이처럼 해외 금융계좌 신고인이 급증한 것은 올해부터 신고기준 금액이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낮아져 해외 계좌에 5억~10억 원을 보유한 개인의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억원을 초과한 개인의 증가율은 2017년 11.3%, 지난해 29.1%에 이어 올해 14.4%를 기록하는 등 매년 10%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고하지 않았던 1천129명이 6조7천억원을 올해 새로 신고했으며 이 가운데 개인이 870명(1조3천억원), 법인은 259개(5조4천억원)이었다.
(표=국세청 제공)
◇ 개인은 중국, 법인은 베트남 가장 많이 늘어나개인 신고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중국으로, 지난해 53명에서 올해 165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순이었다.
법인 신고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베트남으로, 지난해 138개에서 올해 187개로 38%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일본, 중국, 홍콩, UAE 순이었다.
올해 신고금액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경기하강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해외 금융상품 수익률이 떨어져 관련 계좌 신고액이 감소했고, 일부 고액 신고자가 해외주식을 대거 처분했기 때문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해외주식을 대거 처분하게 되면 국내 은행 계좌로 입금돼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외국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 다른 기관이나 자체 정보활동, 제보 등의 자료를 활용해 미신고자 적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말 현재 스위스, 싱가포르 등 총 79개 국가와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홍콩 등 103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진열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관련된 인프라가 계속 넓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만큼 해외에 재산을 숨기기가 어려워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신고자 333명을 적발해 과태료 1천47억원을 부과하고 43명을 형사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