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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달라도 우리는 건설人…동료들의 입과 귀 되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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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은 달라도 우리는 건설人…동료들의 입과 귀 되어줘요"

    외국인 건설 근로자 16만 시대…외국인 근로자 통역·안전 담당하는 건설사 직원들
    현대, 중국·베트남·미얀마 출신 직접 채용…대우는 현장에 외국인 직원 상주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여전히 찌는 듯 했다. 소나기가 막 지나간 터라 공사 현장 바닥은 곳곳이 물 웅덩이 투성이었다.

    질척이는 흙탕물이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었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면서도 장송(32)사원은 작업중인 근로자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대우건설 장송(32)사원이 작업 근로자들에게 안전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공사장을 누비던 중 101동 작업장 앞에서 안전모를 삐딱하게 걸쳐 쓴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 타설과 보양 작업을 담당하는 중국인 홍용수 씨였다.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방수포를 정리하던 홍씨 앞으로 다가갔다.

    "죄송하지만 안전모를 제대로 써 주시겠어요? 너무 더운 거 알고 있는데 혹시나 낙하물 떨어져서 다치면 엄청난 손해니까요."

    친근한 웃음을 머금은 부탁에 홍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안전모 끈을 고쳐맸다.

    대우건설 3년차 직원 장 사원은 수원시 장안구 화서역 푸르지오 현장에서 240명 중국인 근로자들의 '입'과 '귀'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매일 아침 공사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안전 교육도 담당한다.

    중국 동포인 그는 지난 2016년 철근공인 삼촌을 따라 서울 서초구 반포 푸르지오 써밋 현장에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대우와 인연을 맺었다.

    늘어나는 중국인 근로자와 소통에 골머리를 앓았던 현장소장이 그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던 걸 계기로 대우에 계약직으로 '특별 채용'됐다.

    그는 협력직원이 새로 오면 계약서를 쓸 때 꼭 찾아가 눈도장을 찍는다. 현장 근로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소통을 통해 안전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대우의 클리어(CLEAR) 건설문화의 일환이다.

    "사람에게 친하게 대해주는 게 제 장점인데 이 클리어 문화가 저에게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을 통제한다 이게 아니고 내가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 위험을 알려주겠다는 게 큰 목적이에요."

    ◇ 외국인 직원 직접 채용해 현장 근로자들 안전 관리하기도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통역과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장 사원처럼 건설사마다 외국인 직원을 채용해 현장의 '입'과 '귀'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건설 근로자는 146만명으로 내국인 129만 8900명, 외국인은 16만 208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11.1%에 달했다. 건설근로자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외국인 직원을 따로 뽑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6년 중국인 2명과 베트남, 미얀마 출신 직원 각각 한 명을 정규직 채용했다.

    직원인 중국 동포 김영국(33)씨는 중국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뒤에 한국 대학원에서 관련 분야 석사 학위를 받고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이들의 업무는 단순 통역이 아니다. 건설안전기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김씨 등은 각 나라별 안전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소통이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그림이나 사진으로 된 안내문구 등을 만들기도 한다.

    직원들에게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미얀마 출신 현대건설 딴쩌툰(24)사원(사진 제공=현대건설)

     

    김씨는 "한 달에 10여회 이상 현장에 직접 가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 순찰도 한다"고 말했다.

    함께 근무하는 베트남 출신 카이(29)씨는 "처음에 입사했을 땐 현장 직원들이 단순한 통역인 줄 알고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아 힘들었다"며 "본사에서 공문을 보내고 적극적으로 우리 일을 알리면서 조금씩 좋아졌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 수요에 맞춰 직원들을 채용하는 건설사가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장송 사원처럼 현장에 상주하는 직원은 드물다.

    대부분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장의 협력업체 직원에게 안전교육과 통역을 맡기는 실정이다.

    강남에서 재건축 공사를 진행중인 한 건설업체측은 "한국에 오래 살았던 조선족 직원에게 아침 조회 시간에 지시 사항 전달을 부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은정 박사는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사례를 보면 초기에 현장에 들어온 6개월 미만 경력의 근로자들이 많은 편"이라며 "큰 사업장이야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소규모 현장은 방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현장에서 안전 교육과 관리 감독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통역이 상주하는 것도 좋지만 일일이 근로자들을 쫓아다닐 수 없는 만큼 업체가 교육 측면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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