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계단을 베개 삼은 네 쌍둥이 (사진=연합뉴스)
인술을 펼치며 서민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던 호주 선교사 가족의 근현대 사진전이 주 무대였던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대와 경기대는 내달 2일 부산대 박물관에서 '호주 매씨 가족의 부산 소풍 이야기' 전시회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은 1910년 부산에서 한센병 환자 병원인 '상애원'을 운영한 매켄지(1956년 사망) 선교사 가족이 격동기의 우리나라 서민 삶을 직접 찍은 것들이다.
특히 어린 시절을 부산을 보낸 뒤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매켄지 선교사의 두 딸 매혜란(2009년 사망), 매혜영(2005년 사망) 자매는 의사와 간호사가 돼 6·25 전쟁 중 부산으로 되돌아왔다.
일신기독병원을 세운 자매는 1976년과 1978년 각각 호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전국을 돌며 가난한 이들을 무상으로 치료하고 서민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 정부는 작고한 매혜란 여사의 공로를 인정해 201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자매가 찍은 사진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을 돌보는 억센 한국 여성과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 있어 주목을 받았다.
2010년께 호주에서 유족이 매 자매의 슬라이드 필름 1만여장을 발견, 일신기독병원을 통해 경기대 박물관에 전달했다.
매 자매가 찍은 사진 상당수가 부산이 주 무대였지만, 장소 섭외가 여의치 않아 부산에서 열리지 못했다.
이번 부산 전시는 경기대가 2016년 9월 대학 박물관에서 사진전을 연 이후 3년 만에 부산대와 공동전시를 기획하면서 성사됐다.
사진전에는 매 자매가 찍은 사진 600장이 전시될 예정이다.
개막 당일에는 제임스 최 호주대사 등이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도 진행된다.
경기대 측은 앞서 이번 달 17일부터 대학 박물관에서 두 번째 '호주 매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를, 내달 1일 경상대에서도 순회 전시를 한다.
경기대는 국내 전시를 마치는 2020년 주한 호주대사관과 협력해 매켄지 선교사 가족의 고향인 호주 시드니에서도 사진전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