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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돼지열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돼지농가가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농장에서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모두 5마리가 폐사했고, 또 다른 5마리는 동일 증상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가장 무서운 점은 폐사율이 최대 100%라는 점이다. 가축전염병으로 잘 알려진 구제역의 최대 치사율 50%보다 2배나 높다. 게다가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지만 아직 백신은 개발조차 되지 않았다. 치료 약도 없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출혈과 고열, 반점과 고름 등이 주된 증상이다. 급성의 경우 발병 후 하루에서 최대 9일 이내 100% 가까이 폐사하게 된다. 급성보다 증상이 덜한 아급성형은 발병 후 20여 일이 지나면 최대 70%가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100% 살처분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 중국 20%, 베트남 10% 돼지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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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 3일이다. 당시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의 돼지농장에서 이 병이 발생했다.
기존 발생 국가인 러시아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이 병이 발병한 것은 처음이다.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거의 전역으로 퍼졌다. 이 병으로 중국은 올해 113만 두에 달하는 돼지를 살처분했다. 중국내 전체 돼지의 20%가량이 사라진 것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이 병은 올 들어 아시아지역 다른 나라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병은 지난 1월 15일 몽골에서 발생한 데 이어 베트남(2월 19일), 캄보디아(4월 3일) 등으로 확산했다.
베트남의 경우 총 63개 직할시와 성(省) 가운데 61곳에서 이 병이 발생해 국가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이로 인해 불과 4개월 만에 베트남 내 전체 돼지(약 3천만 두)의 10.3%(약 284만 두)가 폐사 또는 살처분됐다.
지난 5월 23일에는 우리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이는 북한에서도 이 병이 발생하면서 한반도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했다.
이후에도 6월 20일에는 라오스에서, 지난달 14일에는 미얀마의 샨주에서 발생했다. 미얀마에서도 이 병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얀마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샨주의 농장이 사육하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고 이동제한·소독 등의 방역조치를 취했다.
◇ 1000일 이상 생존…바이러스 하나만 들어와도 무차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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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역당국은 북한에서 이 병이 발병하면서 북측으로부터 넘어오는 야생 멧돼지를 차단하고, 잔반을 사료로 주는 것을 금지하는 등 예방방역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유럽식품안전국(EFSA)이 지난 2008~2012년 유럽지역에서 발생한 284건의 ASF 원인을 분석한 결과, '돼지 이동에 의한 감염(38.0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잔반(음식물쓰레기) 사료에 의한 감염(35.21%)'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식량자원기구(FAO)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냉동육에서 1천 일, 건조되거나 염지된 가공육에서도 300일 이상 생존할 수 있어, ASF 발병국에서 수입된 돈육 부산물 등을 국내 돼지가 섭취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에 사육농가들은 야생 돼지류의 이동뿐 아니라 국내로 들어오는 돈육 및 축산물 관련 택배 등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 한 사육농가 관계자는 "ASF 바이러스를 가진 돈육 등이 수입되면 국내 양돈산업은 끝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