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세터 김재남은 2019~2020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3명의 참가자 가운데 가장 늦은 30번째로 삼성화재에 수련선수로 지명됐다.(사진=한국배구연맹)
“잠깐만요. 아직 안 끝났는데”
지난 16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호텔리베라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전체 43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29명의 이름이 V-리그 남자부 7개 팀 감독으로부터 호명된 뒤 사회를 맡은 신승준 KBSN 아나운서가 행사의 마무리를 알리는 안내 멘트를 하던 도중 신진식 감독 등 삼성화재 관계자가 앉은 테이블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삼성화재는 이날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에서 홍익대 레프트 정성규를 시작으로 2라운드 4순위로 중부대 라이트 김동영을 뽑았고 4라운드에서도 중부대 레프트 신장호를 뽑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련선수로 레프트와 센터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배성근(명지대)과 레프트와 리베로를 겸하는 고교 졸업예정자 이정후(문일고)를 데려왔다.
순서에 따라 배성근을 뽑았던 삼성화재는 다른 팀의 선택이 끝난 뒤 이정후를 다시 뽑아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선수 선발은 끝나지 않았다. 행사 종료를 늦추면서까지 마지막 30번째로 선발한 선수가 바로 명지대 세터 김재남이다.
김재남의 이름표는 2019`~2020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30명 가운데 가장 늦게, 가장 낮은 자리에 붙었다.(사진=한국배구연맹)
186cm의 장신 세터 김재남은 명지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결국 정규 라운드에 프로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수련선수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키워온 프로배구선수의 꿈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뒤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만난 김재남은 “(이정후의 이름이 불리고)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암울했다”면서 “사실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알려야 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재남의 운명을 바꾼 것은 삼성화재 테이블에서 울려 퍼진 한 마디였다. 그때만 해도 김재남은 드래프트장을 떠나기 위해 정장 상의를 입고 있었고, 바로 그 순간 신진식 감독이 김재남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는 김재남은 “너무 좋아서 그냥 ‘좋다’는 말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고 활짝 웃었다.
입단금도 학교지원금도 없는, 함께 프로에 입문하는 동기생들보다 연봉도 60% 수준에 그치는 계약기간 1년의 수련선수지만 김재남의 각오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수련선수라는 타이틀이 더욱 굳은 각오를 다지게 했다.
김재남은 “나는 파이팅을 많이 하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려는 선수”라며 “죽었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겠다. 수련 선수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선발된 만큼 더 이 악물고 하겠다. 팀의 색에 잘 맞추는 선수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러고 나서 남들에게 당당한 선수가 되겠다”고 프로 입성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입단 동기보다 연봉도 적고 계약기간도 1년뿐인 수련선수지만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은 명지대 세터 김재남(왼쪽 뒷줄 두 번째)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당당한 프로배구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한국배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