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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단식' 승부수 던진 한국당…황교안‧나경원 리더십 평가는?

국회/정당

    '삭발' '단식' 승부수 던진 한국당…황교안‧나경원 리더십 평가는?

    • 2019-09-18 04:30

    황교안‧나경원, '조국 사태' 속 리더십 위기 직면
    黃, 전격 삭발투쟁 후 의외 호평…'합성 사진' 유행
    한때 ‘청문회 협상’ 비판 나왔지만…분열 우려 책임론 잦아들어
    총선 앞두고 '조국 사태' 지렛대 보수통합 고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마치고 나경원 원내대표, 당 지도부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에 맞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삭발 투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예상 밖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 장관 청문회 관련 대여(對與) 협상을 진두지휘 했던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는 ‘미숙한 협상’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내부 분열을 우려하는 기류가 강해지며 책임론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아울러 지난 한달 동안 펼쳐진 '조국 청문회' 국면에서 리더십 위기에 빠졌던 당내 투톱이 향후 정부‧여당에 맞서 보수진영 공동전선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다.

    조 장관 사태를 지렛대로 보수대통합에 이어 총선 승리까지 거둬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 전격적 삭발 감행한 황교안, 보수층 리더로 존재감 드러내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은 말 그대로 전격 진행됐다. 추석 연휴 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황 대표는 삭발 의사를 참석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명절 직전 무소속 이언주·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조 장관 파면·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하자, 황 대표의 동참을 촉구하는 압박이 있긴 했지만 이날 삭발식은 당 지도부 인사들도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삭발 전까지 반(反)조국 투쟁 과정에서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황 대표의 삭발은 의외로 파급이 컸다. 제1야당 대표의 삭발은 최초일뿐더러, 관료 출신인 황 대표가 의외의 결단력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당내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황 대표의 삭발 투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장관 임명에 맞서 문재인 정권과 전면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결단이 보수층에는 결집을, 중도층에는 이슈를 환기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1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 정권이 저렇게 함부로 밀어붙여도 한국당이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게 추석 민심이었다"며 "황 대표가 삭발을 하면서 한국당이 추락하는 것은 막았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도 "제1야당 대표로서 삭발은 사상 초유의 일이고, 파격적인 선택"이라며 "현 정권의 독선에 맞서 이 정도 결기를 보여준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황 대표의 삭발 모습과 모 연예인의 사진을 합성한 다소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돌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취임 후 친(親)여성·청년 정당을 표방하며 그동안 개최했던 이벤트에 비해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젊은 층에 어필했다는 분석이다.

    한 친박계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문 정권에 실망해 이탈표가 나오더라고 그 표심이 우리당에 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일단 좋은 싫든 그런 부동층들이 한국당을 쳐다보고, 관심을 가져야 지지를 하든 말든 선택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나경원 '협상력 부족' '아들 논문' 논란에도…내부 분열 경계 목소리

    '조 장관 임명' 건을 두고 약 한 달간 이어진 여당과 줄다리기 끝에, 결과적으로 '증인' 없이 '단 하루'의 청문회 밖에 얻어내지 못한 나 원내대표에 대해선 협상력이 부족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나 원내대표의 협상 전략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조 장관 청문회 기간 및 증인 채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지난달 28일이었다. 당시 한국당 지도부는 연찬회 도중 긴급의총을 열고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을 처음으로 거론했지만 당내 반발로 유보됐다.

    한국당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여당은 지난 2일 조 장관의 단독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명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지난 3일 검찰의 동양대 압수수색으로 인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청문회 개최 쪽으로 기울었지만, 나 원내대표는 증인 출석 의무가 없는 단 하루의 청문회 개최에 합의해 지난 6일 청문회가 마무리 됐다.

    당 안팎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 장관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협상 행보로 인해 여당이 원하는 구도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나 원내대표의 실책을 조목 조목 지적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한 친박계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오랫동안 청문회 협상을 했으면 날짜를 늘리든지 아니면 증인을 불러왔어야 했다"며 "여당은 검찰 수사에 맞춰 수시로 대응 전략을 바꾸는데 우리당은 오히려 거꾸로 가면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한 재선 의원도 "협상이란 게 기본적으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날짜를 양보했다면 증인을, 증인을 양보했으면 날짜를 받아왔어야 하는데 모두 내주기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자신의 아들 관련 논문 제1저자 청탁 의혹 등 돌발 악재에 차분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내 수장이 자녀 관련 의혹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조 장관을 향한 화력이 분산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나 원내대표는 아들 김모씨의 논문이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명 자료 배포와 함께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反)조국 연대로 뭉쳐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내부 분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대다수 의견이다. 홍 전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저격한 것에 대해 민경욱 의원 등이 ‘내부 총질’을 자제해달라고 반박한 이후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다.

    협상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의 결정이 독자 판단이 아니라 당내 중진의원들 및 법사위 청문위원들의 의견을 대다수 반영한 결과라는 점도 책임론이 잦아드는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적전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수 쏟아지는 배경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이 통합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상 실패와 아들 의혹 문제가 동시에 겹치면서 나 원내대표가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 같다"며 "대여 협상은 누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한계가 있었다는 측면에서 지도부에서도 나 원내대표를 책임론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청문회 협상에 대해 결과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있지만, 크게 보면 지금은 당이 뭉쳐서 반(反)조국 연대에 힘써야 한다"며 "누구의 책임을 묻고 이야기할 때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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