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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동선언 1주년…협력은 일부 실현, 남북관계는 경색

통일/북한

    평양공동선언 1주년…협력은 일부 실현, 남북관계는 경색

    약속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등 실제 진행
    북한, 최근 유엔인권이사회 '이산가족 문제 위해 한국과 협력' 권고 수용
    JSA 남북 초소와 병력·화기, DMZ 내 GP 22개 철수
    트럼프 대통령 판문점 찾아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
    북한, 한미연합훈련 계속 문제삼으며 남북대화 경색
    WFP 통한 식량지원·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제안 묵묵부답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7개월 가까이 소장회의 안 열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선순환…더디지만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고위 당국자 "계속 제안하기보단 타이밍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지 11년 만에 이뤄진 평양정상회담은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과 6월 판문점 남북미정상회동으로 이어졌고, 북미실무협상도 재개될 기미를 보이는 등 대화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공동선언에서 남북이 약속한 사항은 현재까지 일부만이 실현됐고, 북미대화와 달리 남북관계는 오히려 다소 경색되는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 JSA 비무장화…북한, 이산가족 권고 수용하고 "북미대화 용의 있다" 공언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평양정상회담의 결과로 만들어진 9.19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은 실제로 일부 실현됐다.

    먼저,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언급됐던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실제로 지난해 12월 26일에 진행됐다.

    앞서 11월 5일부터 9일까지는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조사도 진행됐고, 남북은 이를 통해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물길을 찾는 데 힘을 합쳤다.

    또 올해 5월 유엔인권이사회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북한에 대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라고 권고했는데, 북한은 답변서에서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5년마다 나오는 UPR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수용하겠다고 밝힌 적은 그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이는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됐던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선조치로도 해석된다.

    남북군사합의서에 명시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실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남북 초소와 병력·화기 철수 작업이 완료됐고, 11월 1일부터는 DMZ 내에 설치된 22개의 전방감시초소(GP) 시범철수가 실시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군사문제 합의를 통해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그리고, 군사적 위협과 전쟁의 위험을 종식시키고 남북한 주민의 삶에 평화를 일상화했다"며 "우발적 충돌 방지와 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한 것은 남북관계 최고의 성과로 평가받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조치에 이어 올해 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다만 당시 미국이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한 정의와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대한 합의를 우선했고, 북한은 영변 핵폐기와 일부 제재 해제를 시작으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인하며 이행해 나가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은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러한 '하노이 노딜'에도 불구하고, 6월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한 제안에 북한이 화답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판문점에서 만나면서 역사적인 남북미정상회동이 성사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군사합의서에 명시된 적대 행위 금지 조치와 판문점의 비무장화 등으로 북미 지도자가 하루만에 판문점에서 어려운 실무 문제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며 "남북관계가 답보된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측면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성과들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즉,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발언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늙다리 미치광이" 등 북미간 말싸움이 오고가던 대결의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판문점 남북미정상회동 이후인 지난 9일 북한 외무성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9월 말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문제들을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북미실무협상 재개 용의를 직접 밝혀 왔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갈 것"이라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세게 웃기는 사람" 막말 등에 남북관계 경색…"시간 지나면 활발해지리라 본다" 평가도

    하지만 이같은 남북협력의 성사와 북미간의 대화 훈풍이 무색하게 최근 남북관계는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뒤부터 계속돼 온 이같은 국면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먼저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해서 문제삼으며 지난 5월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신형 무기 개발과 시험 발사를 10차례 강행했다.

    이어 지난 8월 16일에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실명이 아닌 '남조선 당국자'로 칭하며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거나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라는 등 '막말'을 써 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간 북한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날은 청와대 관계자가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 대해 "성숙한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비슷한 시각 통일부 당국자도 "공식 입장 표명이라 보기에는 도를 넘은 무례한 행위라고 본다"고 일침을 놓는 등 경고 성격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어 22일에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우리의 최신무기 도입을 비난하며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기도 했다.

    북한이 쏟아내는 '말폭탄'뿐만 아니라, 그간 진행돼 오던 남북협력 또한 최근에는 얼어붙은 모양새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국내산 쌀 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식량난이 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국제기구와 국내 전문기관의 공통된 분석에 따라 지원 규모와 시기, 방식을 놓고 의견 수렴 작업을 벌여 온 결과였다.

    하지만 7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쌀 수령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절차는 중단됐고, 결국 통일부는 준비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향후 북한의 입장을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한 앞뒤 상황을 보면 무색해진 실정이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통일부는 방역을 위해 협력하자는 요청을 보냈지만, 북한은 여기에 대해 "윗선에 보고하고 알려주겠다"고만 할 뿐 4달 남짓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9월 17일 한국에서도 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정부는 우리 측의 발생 상황과 남북방역협력 추진 필요성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대북통지문을 전달한 상황이다.

    대북통지문을 전달하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또한 개소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지난 2월 22일 이후로 7개월 가까이 소장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인원 전원을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가 다시 복귀시키는 상황도 벌어졌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이상 서두르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되는 점이 있는데, 북미관계가 더디다 보니 남북관계도 더딘 것이 아닌가 해서 아쉽기는 하다"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북미관계가 발전하고, 남북경협도 될 테니 시간이 지나면 활발해지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 갈등과 협력을 계속했는데 지금은 북미간 기싸움 정도이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북미대화 재개에 일단 집중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면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고 그 와중 남북대화도 복원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 또한 "때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제안하기보다는 가능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다양한 각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복잡한 신호를 잘 분류해 들어서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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