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6일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마친 남북 대표단들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한반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선언한 9·19 군사합의가 맺어진지 1년이 됐다.
합의에 따라 남북의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잡고, 일부 GP를 철거하고, 함포의 덮개를 씌우고 완충수역에 포사격을 하지 않는 등 긴장완화의 분명한 성과가 있었지만 한계도 드러냈다는 평가다.
JSA 비무장화를 이뤄냈지만 남북이 약속한 자유왕래는 여전히 요원하고 DMZ내 공동유해발굴도 남측 단독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긴장을 더 완화하고 실질적인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 군이 수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군사공동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으나 남북 모두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듯이 내팽개치고 있고 연합훈련과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해서는 서로를 향해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내로남불식'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특히 올해 5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 등 신형무기 시험을 잇따라 하면서 일부 예비역 장성들과 보수야당 쪽에서는 '합의폐기'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정부와 군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군 일각에서도 아직은 군사합의가 유지는 되고 있지만 남북군사당국이 신뢰를 쌓아 더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 "남북 모두 위반사례 없어…긴장완화에 실질적 기여 평가"논란이 많지만 군 당국은 남북군사합의 성과가 많았고 앞으로도 잘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18일 남북군사합의체결 1주년을 맞아 "군사합의 체결 이후 접경지역에서 단 한 건의 군사적 긴장고조행위도 식별되지 않았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접경지역이 군사적 긴장 상황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적이 있었나 싶다"며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과거 군사분계선(MDL) 5㎞ 이내 구역에서 다수의 포병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지속해온 북한군은 군사합의 이후 이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또 함포·해안포의 실사격과 해상기동훈련도 전면 중단했으며 남측에 대한 정찰·감시활동 목적으로 침투시켰던 무인기도 전혀 운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0회에 걸쳐 20발의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 등을 발사하긴 했지만 국방부는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의 정신 (저촉) 수준이지 9·19 합의 위반 사항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군사합의서 1조의 적대행위 금지 관련 부분을 보면 북측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반복적으로 발사하는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군사적 우려를 충분히 자아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 "군사합의, 비핵화·평화체제 추동하기 위해서는 더 업그레이드 돼야"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군사합의 이행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JSA 자유왕래와 공동유해발굴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군사합의 이행 점검은 물론 서해평화수역 설정과 무력증강 등 남북 군사분야의 최대 쟁점을 다룰 군사공동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 군사당국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조속한 가동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는 물론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은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통해 우발적 충돌 방지와 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며
"남북 간 군사적 문제 해결 노력은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여는 열쇠이자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군사분야 합의는 지켜져야 하고 북미관계와 분리해 추진할 필요도 있다"며 "평화체제를 위한 추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된 군사분야 합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