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반(反)조국을 기치로 보수대통합이 속도를 내는듯 했으나, 정작 키를 쥔 자유한국당이 '주춤'대는 모습이다. 선거제 개편에 대비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유리한 범보수 선거연대, 비례정당 창당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보수 분열이라는 숙제를 풀기보다 정치 공학적 계산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법을 이유로 한 반대론은 당 주류인 친박계에 유리한 논리로 작용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혁보수 등 중도세력을 포괄하는 보수대통합 과정에서 친박계가 인적 쇄신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반조국 기치로 보수대통합 급물살? '키' 잡은 한국당은 주춤한국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1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태를 거치고 보수대통합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선거제 개편이 매듭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며 "게임의 룰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정개특위 여야 4당은 한국당의 반발 속에 지난달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연말이나 내년 초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정안은 의석수를 300석(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확정하고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50%' 연동형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대 정당보다 군소 정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정의당의 경우 의석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도 중요하지만, 선거제 개편에 유리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좀더 침착하게 선거제 개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통합에 나섰다가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에 앞장선 비박계 수장 김무성 의원도 최근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략으로 거론되는 것은 범(凡) 보수 정당의 선거연대나 비례정당 창당 등이다. 복수정당이 느슨한 선거연대 후 총선 뒤에 합치는 방식이나, 아예 한국당 2중대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비례정당 창당은 1인 2투표제에서 지역구는 한국당 후보, 지지정당은 2중대 정당을 찍게 해 의석을 늘리자는 것으로, 비례대표 한 의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은 지나치게 '정치 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분열된 보수가 단합해야 한다는 민심을 무시하고 당선을 위해 대놓고 분열하겠다는 계산이라는 지적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조국 사태를 거친 뒤 보수가 단일대오로 뭉쳐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정치공학적 시각으로 접근했다가는 보수에 희망을 건 민심은 또다시 좌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사진=윤창원 기자)
◇통합 반대론, 개혁 대상 친박계에 유리한 논리?선거연대 역시 실제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손학규 대표가 버티는 바른미래당은 보수 정당으로 볼 수 없어 이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한국당과 연대는 어려워진다. 개혁보수 한 축인 유승민 전 대표의 선택도 미지수다.
친박신당인 우리공화당의 경우 한국당의 탄핵 찬성 의원들을 몰아내야 연대를 한다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찬성 입장인 홍문종 공동대표는 우리공화당이 선거연대 중심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 전략 역시 결국 보수대통합이라는 원점 과제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럼에도 선거제 대응과 통합 반대론이 동시에 부상하는 이유는 당 주류인 친박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황교안 대표는 중진의원들과 만나 통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계 의원 사이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비례정당 창당 아이디어 역시 친박계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통합을 이뤄야 하지만 황 대표 중심으로 가야 하고, 당을 나간 세력은 반성,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를 포괄하는 보수대통합에서 친박계는 개혁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선거제를 이유로 통합을 반대하는 논리가 친박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통화에서 "탄핵 찬성 세력인 친박계를 포함한 보수대통합은 성립되기가 어렵다. 안철수-유승민이 어떻게 거기를 들어오겠느냐"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유로 한 선거공학적 접근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