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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조국 정국' 속 조용히 발동 건 野 주자들

    김태호‧이완구‧오세훈‧김병준 총선 향한 '잰 걸음'
    김태호, 父 고향 경남 거창서 활동.. 일각 험지 차출론
    이완구, 무죄 판결 뒤 재기 별러 "민주당 현역, 저격할 것"
    오세훈, 보수 불모지 서울 광진을 당원 3500명 모집
    김병준, 대구 공 들이고 있으나 수도권 차출 '불사'

    김태호 전 의원.(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재기의 칼날을 벼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때 대선주자 급으로 분류됐으나, 침체를 겪었고 최근 반전의 포인트를 잡았다는 것이다. 정치 공백의 기간이 길었던 만큼 고심의 시간을 보냈을 법하다.

    정국이 조국 법무장관을 둘러싼 의혹으로 일대 파란을 겪은 점도 이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들은 시끌벅적 요동쳤던 중앙정치의 뒤편, 각자의 지역에서 조용히 총선 준비의 발동을 걸고 있었다.

    ◇ 김태호, 추석 경남 거창서 보내.. 총선 준비 착수

    김태호 전 의원은 지난해 경남지사 선거에서 석패한 뒤 절치부심했다. 정치권 대표적인 중국 통으로서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외교와 공부로 내공을 쌓았다고 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는 경남 거창에 터를 잡았다.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찾아 며칠씩 인사를 다녔다. 거창은 부친의 고향이고, 그 역시 거창군수로 정치인으로 입문했다.

    하지만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대 역시 만만치 않다. '김태호 급'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보수진영에선 텃밭 격인 서부 경남에 자리를 잡은 것을 놓고 반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일부 빼앗긴 낙동강 전선의 동쪽을 공략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1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왜 김 전 의원이 김문수 전 경남지사, 홍준표 전 대표처럼 악수(惡手)를 두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내가 직접 말렸다. 부산이나 수도권의 험지에 나가시라고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김문수 전 지사가 대구로, 홍 전 대표 역시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지역을 옮기면서 나온 비판을 지적한 발언이다.

    김 전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김태호 하면 '험지', '차출' 이런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이제는 나도 정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경남지사 역임 직후 총리에서 낙마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전적, 절대적으로 불리한 판세로 지적됐던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등한 승부를 봤던 점 등 나름 희생했던 전력을 상기시킨 셈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이완구 “민주당 현역지역 원해, 박범계 저격 가능”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보다 공격적인 선거 전략을 잡고 있다. 되도록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최종 무죄 판결 뒤 재기를 꿈꾸고 있다.

    후보지로 꼽은 곳은 4곳이다. 이해찬 대표의 세종, 박범계 의원의 대전 서갑, 보궐을 통해 민주당에 빼앗긴 '충남 정치 1번지' 천안갑, 이 전 총리 부친의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 등이다.

    이중 홍성‧예산만 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현역이다. 세종의 경우 이 대표가 불출마 입장으로 알려져 김이 빠진 상태다. 대전 서갑과 천안갑 등이 격전 예상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 전 총리는 통화에서 서갑을 지목하며 "박범계 의원과 격전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천안갑의 경우 지난 보궐 때 홍준표 전 대표의 측근 길환영 전 KBS 사장에게 양보해야 했다. 현재 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받은 상태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인 이태규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오세훈 '험지 중의 험지' 서울 광진을 공략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상승세다.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아쉽게 무릎을 꿇었으나,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를 압도했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당시 김용태 사무총장의 복안대로 험지인 서울 광진을에 지역구를 잡았다. 이 지역은 1995년 광진구가 갑과 을로 분구된 뒤 보수정당 후보가 한 차례도 당선된 적이 없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당선 사례가 없는 유일한 곳으로 험지 중의 험지다.

    그는 매주 2~3회씩 현재까지 총 40여 차례 가열 차게 당원 모집 운동을 했다. 그 결과 지역구에 처음 왔을 당시 300여명에 불과했던 당원을 3500명으로 늘렸다. 이중 2500명이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다.

    기세를 몰아 추미애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거물급과 맞붙어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11년 서울시장을 빼앗긴 뒤 보수진영의 공분을 샀던 과거사를 털고, 대선 가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병준 위원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김병준, TK-서울 종횡무진 "야당답게 선거 치르겠다"

    한국당 비대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뒤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시간을 보낸 김병준 위원장 역시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총선 대비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일단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입성을 허락한 대구 수성갑을 공략 중이다.

    그러나 대구‧경북(TK)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조국 정국으로 판세가 변한 현 시점에서 영남에 험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다음 총선에서 격전지는 결국 수도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 본인 역시 '야당답게' 선거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줄 자리'가 많은 여당과 달리 인력도 자원도 제한적인 만큼 서울 등 수도권 어디라도 당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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