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결정이 보류됐던 국내 경기의 '최근 정점'이 2017년 9월로 설정됐다. '최근 저점'으로 확정된 2013년 3월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인 54개월간 경기가 상승하다가 역대 3번째로 긴 24개월째 하강중이란 얘기다.
국가통계위원회는 20일 오전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어, 경기종합지수 개편과 함께 제11순환기 경기 정점을 이같이 잠정 설정했다. 전체 위원 12명 가운데 이날 회의에 참석한 10명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경제활동은 저점-상승-정점-하강을 주기로 순환된다. 기준순환일은 경기 순환 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하는 시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저점은 수축 국면에서 확장 국면으로 바뀌는 시점을, 정점은 확장 국면에서 수축 국면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54개월간의 경기 상승은 제1순환기(1972년 3월~1975년 6월)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으로, 제2순환기(1975년 6월~1980년 9월)의 44개월보다 10개월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또 정점을 찍은 뒤 저점까지 경기가 하강하는 수축기 역시 7월치 관련지표가 나온 현재까지 23개월째, 8월 지표가 나오면 24개월째에 이른다.
제6순환기(1993년 1월~1998년 3월)의 29개월, 제8순환기(2001년 7월~2005년 4월)의 28개월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긴 수축기로,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경우 역대 가장 긴 경기 하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2013년 3월 저점 이후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다가 2016년 4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세 강화와 교역 확대 등으로 개선세가 확대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2017년 9월 이후 조정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2018년 들어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환경이 악화되면서 다시 위축된 것으로 판단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향후 저점이 언제인지는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고, 시계열이 쌓이면 동행지수 분석을 통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11순환기는 계속 상승세였다 계속 하락세로 간 건 아니기 때문에 국면을 이해하는데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정점 이후 수출과 생산 둔화가 시작됐지만 2018년 후반에야 반도체 업황과 대외환경 악화로 위축이 심화됐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설정한 독일과 일본 등 주요국가의 경기정점을 살펴봐도 2017년말부터 2018년초에 몰려있는 '동조 현상'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위원회는 이날 선행종합지수의 구성지표를 변경하는 한편, 경기종합지수의 추세 갱신주기를 단축하는 등 제10차 개편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선행종합지수의 최근 5개 전환점 선행시차가 평균 5.4개월에서 6.6개월로 확대되고, 최근 동행종합지수에 대한 선행성도 개선돼 경기예측력이 높아질 거란 게 당국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변동성이 지나친 소비자기대지수가 경제심리지수로 대체됐고, 선행성이 낮은 구인구직비율은 선행종합지수 구성지표에서 제외됐다.
또 순환변동치의 현실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종합지수의 추세변화를 제때 반영하도록 연간 1회에서 2회로 갱신 주기는 단축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추세 반영으로 순환변동치의 흐름은 개편 전과 비슷하고 최근 기울기는 완만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