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던 경찰이 현장에서 만난 국정원 수사관을 범인으로 오해하고 붙잡아 경찰서에 연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3월 초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앞.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잠복수사를 하고 있었다. 검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피의자를 잡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말단 수거책 A씨를 검거한 뒤 전달책 B씨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보통 총책이나 모집·전달책, 수거책 등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피의자가 여러 명이다.
그러던 중 형사들의 눈에 B씨가 눈에 띄었다.
B씨는 범행 장소 주변을 서성이며 계속해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현장에서 카카오톡 등으로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지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던 상황.
B씨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형사들은 B씨에게 다가가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계속해서 신원 확인을 거부했다.
형사들은 신원 확인을 거부하는 B씨를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간주하고 현장에서 B씨를 붙잡아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후 경찰서에서 밝혀진 B씨의 신원은 놀랍게도 국정원 수사관이었다.
당시 B씨는 근처에서 다른 사건을 위해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몇가지 단순한 정황만으로 B씨를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판단하고, B씨도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서 형사가 수사관을 붙잡아 연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B씨는 신원을 밝힌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 등 수사기관 특성상 웬만하면 신분을 밝히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서로가 수사관인 상황을 확인하고 귀가 조처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강제적인 긴급체포가 이뤄진 것인지 동의를 받아 임의동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래된 일"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