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책임 공방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나 원내대표를 끈질기게 흔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여권의 공격이 마치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 때 1억 피부과 파동을 연상시킨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때는 명확한 해명 없이 논쟁만으로 큰 상처를 입고 우리가 서울시장 보선에서 참패했지만 이번 논쟁은 검찰에 고발까지 되었고 조국 자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평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원정출산 여부”라며 “서울에서 출생했다고 말로만 하는 것보다 이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예일대 재학 중인 아들이 이중 국적인지 여부만 밝히면 논쟁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야당 원내대표의 아들이 이중 국적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며 “여권의 조국 물타기에서 본인 및 당이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조속한 대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의 지적은 여러모로 나 원내대표에게 아픈 측면이 있다. 2011년 당시 야권에서 제기한 ‘1억 피부과’ 이슈에 끌려 다니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큰 표 차이로 패배한 경험이 있다.
아들 김모씨 문제도 달갑지 않은 지적이다. 나 원내대표는 얼마 전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부산에서 판사로 재직할 당시 서울로 올라와 모 병원에서 출산한 뒤 함께 부산으로 내려간 바 있다”고 말했었다. 그의 설명대로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원정 출산 의혹과 이에 따른 미국 국적 취득은 허위주장인 셈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홍 전 대표의 말에 특별히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 언쟁은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협상과 수사 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홀로 패스트트랙 수사를 받아 관련된 모든 문제를 스스로 책임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선 나 원내대표의 신변 관련 사안이 문제가 되는 것을 놓고 불안한 시선이 있으나, 일단 ‘적전 분열’을 의식해 원내대표의 거취는 불문에 붙이는 분위기다.
특히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옛 친박계가 홍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며, 나 원내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하나가 돼서 싸워도 조국 공격하기에는 벅차다. 내부 총질은 적만 이롭게 할 뿐”이라며 “선공후사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힘을 모아 조국과 싸우자”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홍 전 대표가 나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지금 분열을 꾀하는 자는 적”이라며 홍 전 대표를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