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운영이 중단된 서울대 학생식당 (사진=연합뉴스)
서울대 내 카페와 식당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년 만에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카페·식당 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극심한 저임금과 휴게환경 미비, 건강권을 침해하는 노동환경 등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9일 하루 파업에 나섰으나 생협 측에서 파업 이전보다 더 열악한 조건을 제시했다"며 "파업을 이어가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협 사측은 파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기는커녕,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든 파업 효과를 없애고자 전전긍긍했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1989년 파업 이후로 30년 만이다. 당시는 소비조합 소속이었고, 2004년부터 생협 소속으로 바뀌었다. 이번 파업에는 생협 소속 노동자 119명 중 병가와 육아 휴직자를 제외하고 115명 전원이 참여한다.
파업으로 경영대 동원관 식당, 인문대 자하연 식당, 학부생 기숙사 식당, 제2공학관 식당, 학생회관 식당, 학내 느티나무 카페 5곳 중 3곳 등이 문을 닫는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이창수 부지부장은 "조합원들은 말한다. 고된 노동에 지친 몸이 파업으로나마 쉴 수 있어 좋다고. 인대가 끊어지고 뼈마디가 뒤틀려 가며 일해온 노동자들에게는 무임금의 파업이 차라리 더 나은 상태인가보다"라며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라고 한탄했다.
이어 "열악한 곳에서 골병 들어가며 휴게시설 하나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부디 사람답게 노동하고 인간답게 임금 받아 같이 살아가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대 동원관식당 여자 직원휴게실에 직원들이 다닥다닥 앉아 있다. 이 공간은 가로 1.38m, 세로 1.8m(면적 2.48㎡·0.75평) 크기다. (사진=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제공/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생협 운영의 정상화를 요구한다"며 파업 지지 입장을 발표했다.
총학은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서울대 구성원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있음은 명백하다"며 "생협의 노동자들 역시 서울대 구성원이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협의 정상적 운영은 생협 노동자들에게도, 다른 모든 학내 구성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생협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조속히 상황을 해결해 생협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 측은 '기본급 3% 인상', '명절휴가비 지급', '호봉체계 개선', '휴게시설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19일 하루 파업에 돌입한 뒤 20일까지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