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 김포시의 돼지농장 (사진=주영민 기자)
"지난해에도 구제역 때문에 돼지 수백마리를 매몰처분했는데 올해 또 이런 일이…"
23일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돼 인근이 폐쇄된 경기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의 한 돼지농장을 지켜보는 이웃의 말이다.
이날 의심 신고를 한 돼지농장 주변은 지나가는 사람 1명을 찾기 어려울 정도 정적이 감돌았다. 마을 전체가 ASF 감염 검사결과를 숨죽이고 기다리는 듯 농장 인근에서 방역차량 만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해당 농장에서 ASF 음성 판정이 나오길 학수고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4월 방역당국은 인근 하성면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사고 농가 반경 3㎞ 이내에 있던 이 마을의 돼지들은 예방적 차원에서 매몰처분했다. 당시의 매몰처분으로 마을의 한 농장은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지금도 당시 돼지들을 굴착기를 이용해 대형트럭으로 옮겨 실은 뒤 땅에 묻던 모습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감염 의심 신고한 농장주 역시 지난해 돼지 수백마리를 매몰처분하면서 부침이 있었다"며 "올해 의욕적으로 농장을 살리려고 열심히 돼지를 키웠는데 제발 아무 일 없길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40분쯤 이 마을의 한 농장에서는 어미돼지 한 마리는 임신 상태에서 폐사했고, 다른 어미돼지 4마리는 유산했다며 당국에 신고했다.
이 농장은 어미돼지 180마리를 포함해 18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 17일 처음으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직선거리로 13.7㎞, 연천의 발생농장으로부터는 45.8㎞ 떨어져 있다.
이 농장의 반경 500m안에서는 이 농장을 포함해 3곳에서 돼지 278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반경3㎞ 안에서는 8개 농장에서 3355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해당 농장은 외부로부터 멧돼지를 막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잔반을 돼지에게 먹이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은 초동방역팀을 현장에 보내 사람·가축·차량 등을 이동 통제하고, 소독 등 긴급방역 조치했다. 또 해당 농장을 긴급 소독하고 검역관들을 보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확진 여부 판정은 이날 밤 늦게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