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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검찰개혁 하려면 한쪽 팔을 내줘라

기자수첩

    [뒤끝작렬] 검찰개혁 하려면 한쪽 팔을 내줘라

    조국 장관으로 향하는 검찰 수사…정권 vs 검찰 사활건 싸움
    쉽게 멈추지 않는 검찰 수사에 끝날 기미 없는 '조국 정국'
    조국 한 명 때문에 어지러운 정국…무엇을 위한 것인지 헷갈려
    '개혁 적임자'가 딱 한 명 조국밖에 없다'면 정권의 무능함 고백
    개혁의 깃발을 다잡을 새 인물 찾아야…그래야 촛불도 뭉칠수 있어
    조국 사태로 많은 진보 지지층 '희망 포기자'돼…개혁의 시간 많지 않아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국 법무장관을 놓고 정권과 검찰의 사활 건 싸움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지켜보는 국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조 장관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며 '수사'로서 말하고 있는 검찰과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며 막무가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여권의 인식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자칫 한 쪽이 치명상을 입어야만 끝날 것 같은 싸움이다.

    이젠 검찰 수사가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딸 표창장 위조와 가족 펀드 관련 의혹에서 조 장관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검찰은 23일 조 장관을 겨냥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먼지털이식 수사"라며 한 달여 동안 수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자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영장 청구는 기정사실화로 보는 전망이 많음)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여당에서는 이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의 시각은 많이 다르다. 이미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에 자신하고 있고, 가능하면 조 장관까지 기소하겠다는 심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 검찰 수사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라면 여권의 반격과 함께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조 장관이 여전히 나라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조 장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 나라가 시끄러운 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태도는 여전히 조 장관에 대한 명확한 불법 사실이 없는 한 계속 가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도 크게 개의치 않으니 대법원 판결까지 가야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공직자가 뛰어 넘어야 할 '도덕적 허들'을 발목까지 낮추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조 장관 사태를 이렇게 키우는 것이 국정 운영을 위해 합리적 선택인지도 의문이다.

    검찰 수사는 갈수록 조 장관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조 장관 스스로가 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사실과 동떨어진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조 장관이나 정 교수 측은 수사과정이라 일일이 해명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의 도덕적·정치적 결백을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조 장관의 숙명과도 같은 '검찰 개혁'도 조 장관이 걸림돌이 되는 형국이다. 여권에서는 "이젠 누가 법무장관이 돼도 검찰이 뒤를 캐서 낙마시킬 수 있어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 검찰이 조 장관 낙마를 목표로 벌인 이번 수사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한다.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온 방어 기제인지, 아니면 검찰에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번 정권에서 검찰 개혁을 할 만한 사람이 딱 한 명 '조국'밖에 없다면 결과적으로 정권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여권에 몸이 매인 인사(몸이 매이면 마음도 매이기 십상이다)를 빼고 주변에서 '조국밖에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사진=자료사진)

     

    검찰 수사가 조 장관을 겨냥했더라도 정권은 이를 받아들이고 결단을 해야 한다. 그게 개혁을 포기 하지 않고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다.

    여론은 조 장관이 물러서더라도 검찰 개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있다. 검찰 개혁의 방법에는 절대 선(善)이 없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은 일치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별도 조직을 둘지,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 놓을지 등 여러 갈래의 논의가 가능하다.

    조 장관도 본인의 검찰 개혁안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더 견고하게 도덕적으로 무장돼 있으면서도 검찰 개혁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을 찾아서, 휘청거리는 개혁의 깃발을 다시 다잡아 주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것이 꼬일 대로 꼬인 '조국 정국'을 푸는 열쇠이며, 동시에 검찰 개혁의 끈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촛불이 만들어준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촛불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20대 등 많은 진보 진영 지지층이 무당층으로 돌아서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되돌아올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대로라면 정의와 개혁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리는 '희망 포기자'로 자리 잡을 지도 모른다. 촛불 정권마저 이렇다면 어디에다 희망을 걸 수 있겠냐는 것이다.

    조 장관의 부도덕성과 개혁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어서 많은 여권 지지층의 마음을 어지럽게 흔들어 놓았다.

    흩어진 촛불의 힘을 검찰 개혁을 향해 모을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개혁을 위해 한 팔을 내놓고 절박하게 '절치부심'(切齒腐心)하라. 그것이 개혁의 진정성을 재확인하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조국 사태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개혁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조 장관 스스로도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몸소 보여주지 않았는가.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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