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건물 내부가 불에 그을려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불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
49명의 사상자를 낸 김포 요양병원 화재는 피해를 키운 측면에 있어서 191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참사와 여러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24일 오전 9시 3분쯤 김포시 풍무동 A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52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환자 김모(90, 여) 씨와 이모(60) 씨 등 2명이 숨졌다. 47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8명은 중상자다. 환자 132명과 병원 관계자 등 162명은 대피했다.
불은 이날 오전 9시 전기안전공사에서 점검을 위해 전기를 차단한 뒤 병원에서 집중치료실에 산소를 공급하려고 수동으로 밸브를 돌리는 과정에서 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을 안 한 가운데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4층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은 또 대다수가 거동이 불편한 와병 환자였다.
당시 의무 시설인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보일러실에는 자동확산소화장치도 천장에 설치돼 있었지만, 당시 작동 여부는 조사 중이다. 화염과 연기를 막는 방화벽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건물 구조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가 아닌 내화성이 높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였다.
지난해 1월 26일 48명의 사망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는 스프링클러가 단 1기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닥 면적이 층별로 213~355㎡에 불과해 의무 설치 대상에도 빠져 있었다.
세종병원도 방화벽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았다. 1층에는 도면과 달리 방화벽이 없었다. 2층 이상으로는 방화벽과 비상발전기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불이 난 1층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였다. 제천 화재 참사처럼 화재 발생시 1층으로 바람을 빠르게 유입시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세종병원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었다.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 두 사건 모두 대피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이들 사건은 지난해 2월 3일 발생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와 대조된다.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스프링클러의 공이 컸다. 화재 직후 화재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주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일제히 물을 뿌렸다.
방화벽 2기도 곧바로 작동했다. 덕분에 연결통로를 타고 이어지는 별관 어린이병원까지 화염이나 연기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병원 측은 평소 훈련을 통해 숙지한 화재대응 메뉴얼에 따라 발화지점 쪽 병동 환자들을 신속히 반대쪽 병동으로 이동시켰다.
대피방송이 나오지 않은 VIP 병동 20층의 경우 의료진이 직접 확인한 뒤 방송이 나오도록 조치했다. 이에 신촌 세브란스 병원 화재는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