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전경. (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지난 1985년 이후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에 걸려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34년 만에 교체될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현판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대전현충원의 '얼굴'인 현충문 현판이 전씨의 친필이라는 사실은 지난 8월14일 CBS 보도([단독] 전두환 친필, 대전현충원에 34년간 걸려있었다)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이밖에 일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이즈카 향나무도 대전현충원에서 철거될 예정이다.
◇ 대전현충원에 소리소문없이 걸려있던 전두환 친필, 보훈처 "현판 교체 검토"27일 국가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대전현충원의 전두환씨 친필 현판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립대전현충원 중앙에 있는 '현충문' 현판은 지난 1985년 전씨가 직접 쓰고 기증한 글씨다. 전씨는 1985년 11월 준공 당시 글씨를 써서 내려보냈고, 목제 간판으로 제작돼 현충문 정중앙에 걸렸다.
전두환 친필은 지난 34년 동안 현충문의 얼굴로 걸려 있었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현충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던 것과는 대조된다.
국가보훈처와 대전현충원 관계자들은 현충문 현판이 전씨 친필임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오랜기간 묵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BS 보도로 전씨 친필 현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교체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앞서 시민사회에서 인지하면서 공론화가 이뤄졌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현판을 제거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을 국무총리실에 접수한 것이다.
단체는 청원서에서 "전두환씨는 내란죄와 반란죄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예우를 박탈당했고, 2006년 국무회의 의결로 서훈이 취소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두환 글씨를 국가 정체성의 상징인 국립현충원 현판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대한민국에 헌신한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를 모신 공간에 있는 전두환 현판을 즉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판 외에도 참배객들이 찾는 헌충탑 앞 헌시비도 전씨가 친필로 시를 옮겨 새긴 것이다. 보훈처는 이 헌시비도 교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심어진 가이즈카 향나무. (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보훈처, 일제 상징 가이즈카 향나무 식수도 교체 검토대전현충원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 수백그루도 교체될 전망이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구한말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에 들여와 일제(日帝) 상징으로 여겨지는 나무다.
보훈처는 김병욱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대전현충원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 총 477그루에 대해 "사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유사 사례 파악 등을 통해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중심부인 현충탑과 현충문 앞 현충광장의 도로 가로수 줄지어 있다.
이에 애국지사를 모신 대전현충원 묘역으로 가는 길에 왜향나무 수종이 가로수로 심겨져 있어, 현충원 건립 취지와 심각하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됐다.
김병욱 의원은 "보훈처가 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