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개봉해 30일 만에 1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벌새' (사진=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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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벌새'가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27일 배급사 엣나인필름에 따르면, '벌새'는 오늘(27일) 오전 누적 관객수 10만 69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지 30일 만이다.
'벌새'는 145개 스크린에서 262회 상영한 개봉 당일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가장 많았을 정도로, 오랜 기간 100개도 안 되는 스크린이 주어진 열악한 상황에서도 값진 성과를 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26일 '벌새'는 56개 스크린에서 85회 상영됐을 뿐이다.
그러나 영화가 가진 힘과 '벌새'를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팬 '벌새단'을 중심으로 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벌새'는 개봉 2일째 1만, 4일째 2만, 8일째 3만, 11일째 4만, 13일째 5만, 16일째 6만, 18일째 7만, 21일째 8만, 25일째 9만 관객을 돌파하며 차근차근 기록을 써나갔다.
1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이를 기념하고 독려하기 위한 파티가 열릴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벌새'가 세운 10만이라는 기록은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21주년인 올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날 김보라 감독은 1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보라 감독은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체념하며 어떻게든 다시 적응하려 노력했습니다"라며 "하지만 영화를 세상에 나누고 알았습니다. 모두가 자기 안에 '이상하고 예민한 은희들'을 갖고 있음을요. 그 '은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을 때, 저는 놀라고 감사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벌새는 천만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관객들의 무수한 일상과 역사를 듣는 경험, 그것은 숫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축복입니다"라며 "이 온기는 앞으로 제 삶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입니다. 마치, 영지가 남긴 온기로 앞으로 잘 살아갈 은희처럼"이라고 전했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에서 25관왕을 차지하며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렸던 '벌새'는 오는 29일 싱가포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 캐나다, 대만, 일본, 스웨덴, 터키까지 총 7개국 판매를 확정 짓기도 했다.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이자 2019년 모든 게 궁금한 영화 '벌새'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27일 공개된 '벌새' 김보라 감독 자필편지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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