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달 3일 개막 사흘 만에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 등의 압박으로 전시가 중단된 소녀상 전시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NHK와 교도통신 등 복수의 일본 언론은 30일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를 이르면 오는 6일부터 늦어도 8일까지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나고야 지방재판소(법원)에서 열린 전시 중단 가처분 사건 심문 기일에서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주최하는 실행위와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 전시 '표현의 부자유전 - 그 후' 실행위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구체적인 전시 재개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양 측은 ▲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자에 대한 순번표 배부, ▲ 전시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 필요에 따라 작품을 해설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등의 내용을 조건으로 합의해 화해가 성립됐다.
이에따라 양 측의 세부 내용 조율 기간 후 큰 문제가 없으면 소녀상 전시는 이르면 6일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문화 예술 검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은 이번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는 양측의 합의로 재개되며 일단은 갈등의 봉합 양상을 띄고 있지만, 일본 예술계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소녀상 전시에 대한 압박으로 보이는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급 취소 결정 등 갈등의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앞서 26일 일본 문화청은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보조금 신청 단계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이유를 들어 약 7800만엔의 보조금을 전액 교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예술단체는 이와 같은 정부의 결정에 항의 집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NHK는 이날 저녁 일본 도쿄 소재 문화청 앞에서 예술가 등 200여명이 모여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예술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라", "예술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보조금 지급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30대 여성은 "소식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나왔다"며 "정부는 예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고, 도쿄예술대에 다니는 남학생은 "이번 결정은 간접적인 검열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위축감이 번진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 운영자 등으로 구성된 일본현대미술상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보조금 지급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위나 배경의 검증을 충분히 하지 않고 사업 도중에 보조금의 지금을 거부하는 것은 일본의 문화 조성 자세를 후퇴시키는 '나쁜 전례'"라면서 "보조금 지급 취소라고 하는 옥죄기는 문화적 역할에서 크게 일탈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평론가나 학예원 등으로 구성된 미술 평론가 연맹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급 취소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