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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은행, DLF 내부 문제제기 묵살하고 중요 정보 숨겼다



금융/증시

    우리·하나은행, DLF 내부 문제제기 묵살하고 중요 정보 숨겼다

    금감원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 발표, 불완전판매 배경 윤곽
    판매정책·내부통제·마케팅 어느 곳에서도 경고등 안 켜져
    금감원 고위 관계자 "1금융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

    대규모 원금 손실을 기록 중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불완전판매 배경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간 검사 결과 발표에서다. 금감원은 DLF 상품 설계, 제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들여다봤는데 이 가운데 1금융권인 은행에서 이뤄진 '판매'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 금융회사들, DLF 설계부터 판매 과정까지 보니…수익에만 '혈안'


    1일 금감원이 밝힌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8월 말부터 은행 2곳(우리·하나), 증권사 3곳(IBK·NH·하나금투), 자산운용사 5곳(유경·KB·교보·메리츠·HDC)에 대한 합동 현장검사 결과,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들의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과정은 투자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외국계 IB는 국내 지점 등을 통해 증권사에 DLS(파생결합증권)을 소개했고 증권사는 해당 상품의 판매를 은행에 제안했다. 은행은 만기, 손실 발생 금리 수준(베리어), 손실 배수, 약정 수익률 등 DLS 기본 조건을 결정해 증권사에 해당 조건의 DLS 발행을 요청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자료=금감원 제공)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과 관계 없이 '수수료'를 톡톡히 챙겼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독일국채 DLF의 경우 관련 금융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총 4.93%였다.

    상품 설계와 헤지를 한 외국계 IB는 3.43%, 펀드를 판매한 은행은 1.00%, DLS를 발행한 증권사는 0.39%, 증권을 담아서 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는 0.11%를 가져갔다. 중간 결과를 발표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투자자의 약정 수익률 2.2%보다 2.4배가 높았다"고 꼬집었다.

    상품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부터 관여한 금융회사들은 각자의 수익에만 혈안이 됐을 뿐 '원금 손실' 부분은 간과했다. C증권사는 DLS 거래 계획서에 대한 내부 리스크관리부서로부터 금리 하락이 심상치 않아 원금 손실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DLS를 발행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에 대한 현장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 은행, 그룹 차원 실적 닦달…내부 문제제기 묵살하고, 중요 정보 숨겼다

    가장 큰 문제는 1금융권인 은행에서 이뤄진 '판매' 부분에서 일어났다. 상품 제조 과정에서부터 원금 손실 문제가 있던 DLF는 은행 그룹 차원의 실적 목표로 제시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내부 문제제기는 묵살됐고, 마케팅 차원에서 중요 정보는 숨겨졌다.

    DLF를 판매한 우리·하나은행 두 은행은 유독 비이자수익 배점이 여타 시중은행 대비 높게 설정됐다. 특히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을 경쟁 은행 대비 2배~7배 높은 수준으로 부여했다.

    은행 경영계획에서도 DLF 판매 목표치가 설정됐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는 일(日)단위로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 목표치를 매년 확대했고, 영업본부별·지점별로 공모·사모펀드 판매 목표를 부여한 뒤 일별로 달성률을 점검했다.

    KEB하나은행도 사모DLF 판매 목표를 매년 상향 제시했고 계열사 증권이 발행한 DLS 관련 금리연계 사모 DLF를 일별·주별 판매 목표로 제시해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할당이 걸리면, 이건 죽기 살기로 달성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직원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은행 내부에서 상품 출시를 결정하는 상품선정위원회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DLF 380건 가운데 선정위에 부의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고, 일부 위원들은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로 기재가 되거나 다른 직원을 교체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DLF 753건 가운데 선정위에 부의된 건은 고작 6건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품선정위원회 구성원의 직급이 굉장히 낮게 설정됐다. 그 말은 선정위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어렵다는 얘기"라면서 "임원급으로 구성된 선정위도 있었지만 각 상품별로 선정위를 연 게 아니라 기초자산 6개별로만 회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DLF 투자자 제공)

     

    대규모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 중 하나인 자체 과거 백테스트 결과 손실 위험이 0%라고 홍보하며 판매한 것도 은행 자체 리스크 분석 없이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문제제기가 묵살된 정황도 나타났다. 지난 3월 우리은행 공정가액평가실무협의회에서는 검토의견으로 "기초자산이 과거 9개월(15년 12월~16년 9월) 동안 최대 0.79%까지 하락한 사례가 있었다"며 "향후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높은 레버리지 등을 감안할 때 원금 100% 손실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를 문제 삼은 것인데, 추가 검토 또는 보완을 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

    ◇ 본사 차원의 '잘못된' 정보,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

    비이자수익을 강조하는 판매 정책 제시에 이어 내부 통제까지 작동하지 않다보니 고객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마케팅에서도 부실 정황이 나타났다. 본점 차원에서 판매 직원에게 손실 가능성과 금리 변동성 등 상품의 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판매 직원 교육 자료에는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만 강조됐다.

    영업점에선 본점에서 받은 '원금 손실 확률 0%'라는 마케팅 자료만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DLF 상품을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금리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 메시지까지 발송했다.(CBS 노컷뉴스 8월 26일자 [단독] 우리은행 DLS '허위 문자 광고' 의혹도 불거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확인된 일부에서 능력 없는 투자자에게 불완전 정보를 제공하고 강요 내지 유인했다는 게 잠정적인 결론"이라면서 "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선 투자자 스스로 책임 있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어떻게 1금융권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면서 "특히 고객이 맡긴 돈에 대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것 아닌가.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는 게 금융의 정도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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