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사진=연합뉴스)
우울증과 배변장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70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징역형이 내려졌다.
치핵 절제수술을 받은 뒤 잦은 배변으로 외출조차 못할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어머니(74)를 보살피던 직장인 A(47)씨.
어머니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우울증과 강박장애까지 앓으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어머니에게 장루수술(장에 구멍을 낸 뒤 인공항문을 연결해 변을 신체 외부로 배출하게 하는 수술)을 받게 했지만 오히려 누군가 계속 어머니 곁에서 배변 주머니를 교체해주는 등 간병까지 해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점점 커져만 갔다.
병원에서 어머니를 간병하던 A씨의 누나마저도 어머니를 밀치고 짜증내는 등 가족 간 갈등도 증폭됐다.
A씨의 고통은 집안일과 직장내 스트레스,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재검사 통보를 받은 아들 소식이 더해지면서 극에 달했다. A씨는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의 우울감에 시달렸다.
결국 A씨는 자신과 가족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올해 1월 7일 오전 1시 54분 경기도 자신의 집 안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누운 뒤 미리 구입한 화로와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A씨는 연기를 마시고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이불로 덮고 양손으로 세게 누른 뒤 자신도 쓰러졌다.
A씨와 어머니는 같은 날 오전 옆 방에서 자고 있던 매형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의식이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심정지였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에서 어머니의 자살을 방조했을 뿐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승낙에 의한 행동이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A씨의 유죄를 평결했다. 어머니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을 당시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4.1%에 불과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A씨의 형량에 대해서는 배심원들 간 이견은 있었지만 모두 징역 5~8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 12부(부장판사 송현경)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범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자의 유가족들도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며 "피해자의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이 작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