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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탈코르셋 역행 日 일깨운 '82년생 김지영'

    일본에서 최근 14만부 돌파
    NHK 여성 인권 다룬 다큐엔터리 제작
    가부장적 일본에서 탈출구 역할 했다는 평가

    82년생 김지영의 일본어판 표지(왼쪽)와 <문예> 가을호 표지(오른쪽). (사진=일본 아마존 캡처)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제 문화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판된 '82년생 김지영'은 한 달 만에 발행부수 5만부를 기록했고, 최근 14만부를 돌파했다. 소설의 흥행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자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을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들이 잇따라 생산되고 흥행하는 것이 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예지 <문예>는 '한국·페미니즘·일본'이란 주제로 가을호 특집을 발매했다. 잡지에는 조남주 작가의 단편소설 '가출' 등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와 에세이스트 고노스 유키코의 대담 등이 실렸다. 이 특집호는 발매 5일만에 완판됐고, <문예> 창간(1933년) 이래 처음으로 3쇄를 찍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 공영방송 NHK도 '82년생 김지영'을 주목했다. NHK는 지난달 30일 '그녀들 속 김지영-한국 소설로부터의 물음'이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다큐멘터리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여성 인권 문제를 자각한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여성들이 겪는 경력단절, 독박육아, 귀갓길 불안 등이 주요내용으로 다뤄졌다.

    일본 사회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열풍은 큰 의미가 있다. 여성 인권과 관련해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보수적 사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전개됐던 지난해 일본에선 '여자력(女子力) 테스트'가 인기를 끌었다. 여자력 테스트란 여성들의 화장 실력과 패션 감각, 요리 실력 등을 기준으로 '얼마나 여성스러운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여성들조차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역할상에 갇혀있었던 셈이다. 그만큼 일본 사회 내 가부장제 문화는 뿌리 깊고 견고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82년생 김지영'이 여성들에게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재진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82년생 김지영'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그 이유는 아시아권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차별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일본에서는 미투운동이 한국에서만큼 번지지 못했다. 아예 여성의 목소리를 눌러버리는 형태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일본 여성들이 한국 여성 문학으로 위안을 삼거나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씨도 소설의 인기 배경으로 일본 사회에 내제된 변화의 욕망을 일깨운 점을 들었다. 그는 출판사 공식 계정을 통해 "82년생 김지영은 독자들에게 자신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는 줄 알았던 미투 운동을 친근하게 느끼게 했다"며 "이 소설이 일본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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