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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에 찍힌 버스노동자의 메아리없는 '3년투쟁'

사회 일반

    사측에 찍힌 버스노동자의 메아리없는 '3년투쟁'

    버스업체 내부 불합리. 부정 많아
    "우신, 근무는 더 시키면서 수당은 안줘"
    버스보조금 많이 타자고 불법.규정위반 강요?

    경기도 군포시 부곡동 서울시 버스 공영차고지 소재 우신버스 소속 버스들이 주차해 있다. (사진=이재기기자)

     

    시내버스가 차지하는 시민 수송분담률은 26%내외 수준, 그러니까 서울시민 셋 중 1명은 매일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그래서 시내버스는 지하철과 함께 '시민의 발'로 불린다.

    시민의 발이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불편민원이 끊이지 않자 2004년부터는 버스준공영제란 이름으로 시의 행정력이 서비스 향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시의 개입은 곧 예산의 투입을 의미했고 연간 3000억원을 버스보조금으로 투입하는 대신 서울시에서는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 같은 걸 만들어 65개 버스회사들의 버스운영에 일정부분 간여하기 시작했다.

    시의 개입은 버스회사들의 서비스수준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고 돈을 받고 있는 버스회사들은 시의 감독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버스준공영제’로 요약되는 이 제도 시행은 ▲버스의 정시성 ▲기사 서비스 친절도 향상 ▲난폭운행 감소 ▲지역 차별없는 균질한 버스서비스 등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버스업체 내부 불합리 부정 산재

    버스 업계내부도 준공영제의 여파로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고 사내 민주주의가 개선되는 나름의 성과가 있지만 개별 버스업체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여전히 불합리와 부정이 산재해 있고 준영공제의 과실배분에서도 균형추가 사측으로 기운 불공정이 뿌리깊게 도사리고 있다.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적 장치로 ‘노동조합’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장 시내버스 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조 대표와 사(社)의 유착공생, 사측의 부당경영에 대한 묵인이나 사측의 버스노동자 권익침해에 대한 방조, 이른바 버스회사 내부의 야당성향 기사 옥죄기 등이 횡행하는 게 서울 버스업계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버스기사들은 현직 노조집행부의 반대편에 선 세력을 이른바 ‘야당’으로 부른다.

    65개 시내버스 회사 가운데 노조가 제 역할을 하는 회사도 있지만 많은 회사들의 노동조합은 시내버스 기사들의 지지를 얻어 노조 집행부를 구성하고도 결국에는 ‘노조원 권익향상’이란 존재이유를 몰각한 채 노동조합으로서의 건전성을 상실한 사례가 허다하게 증언되고 있다.

    CBS가 일련의 부당 경영의혹과 노조집행부의 문제점을 보도했던 남성교통에서는 시내버스 기사 심야수당을 깎아서 지급하거나 연차 떼먹고 오리발 내밀기, 시 버스보조금 부풀려 타내기 같은 경영비리 의혹은 물론이고 해고자 복직판결 무력화시키기, 노조에서도 노조비를 쌈짓돈처럼 써 노조원들의 반발을 사는 등 내부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월29일자 CBS보도 = 중노위 비웃는 남성교통…복직 잉크 마르기도 전에 '배짱해고' 참조)

    남성교통 해고자 최 모 씨는 최근 CBS인터뷰에서 "남성교통이 유난히 갑질이 심하고 비리가 심하지만 누구도 감히 말을 못하는 이유는 낙인이 찍히면 다른회사 취직도 안되고.. 차량 배정이 고정 탑승에서 스페어(대기)로 내려가 감히 회사에 얘기를 못한다"고 말했다.

    ◇우신버스 근무는 더 시키면서 수당은 안 줘

    사내 정의를 위한 버스기사의 투쟁은 시내버스회사 여러곳에서 목격된다. 우신버스의 15년차 버스기사 전유진씨는 운전기사들이 밥먹듯 하는 초과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3년간 사측.노조와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 기사는 4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541번 버스를 하루 오전 2탕 오후 2~3탕 뛰면 기사에 따라 1일 근무시간이 8시간~12시간까지 나와 기사들의(300여명)초과근무가 일상화됐지만 연장근로수당은 지금껏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저는 2014년 9월~2017년 9월까지 3년치 초과수당 1219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받지못한 3년치 수당항목이 빼곡히 적힌 명세서도 갖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단협에는 1일 기본근로 8시간 + 1시간의 휴게시간 + 연장근로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시내버스 기사들이 그렇게 싫어하고 또 임금도 안줄바에야 차라리 정규근로시간 동안만 운전대를 잡게하면 되지않을까.

    기사들의 반발과 위법소지가 다분한데도 사측이 기사들로 하여금 ‘기사마다 할당된 운행횟수’를 채우도록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시가 개별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버스보조금은 버스의 규정운행횟수를 채워야 지급되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기를 쓰고 채우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오후시간대의 운행횟수가 3회로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알고보니 '버스보조금 많이 타려는 욕심'…버스서비스는 뒷전?

    하지만, 승객안전과 버스서비스의 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규정된 운행횟수를 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정해진 탕수를 채우라고 독려하지만 서울시내의 교통상황과 시가 정해준 규정을 지키다 보면 버스운행이 늦어지기 일쑤이고 앞차와의 간격은 벌어지게 돼 있다는게 기사들의 설명이다.

    전 기사는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시가 ‘테너지’라는 연료저감장치까지 버스에 장착해 급출발 급정거금지, 오르막내리막길 탄력운전, 오르막에서 40km이하 저속운행 룰까지 부과된 상황이라 노선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가량씩 늘어났지만, 사측에서는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졌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요구하면서 버스기사들을 압박한다”고 증언했다.

    시내버스 기사 입장에서는 탕수를 늘리려는 '회사측 압박'과 제반 규정을 준수하라는 '시의 요구'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시민들이 버스를 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거나 운전기사와 승강이를 벌이게 되는 급출발 급제동, 정류장 건너뛰기, 과속운전, 승객에 대한 불친절이 다 여기에서 유래되는 것이다.

    전유진 기사는 여성의 신분으로 회사를 상대로 규정을 지키는 고독하고도 위험한 싸움을 3년이상 벌여오며 갖은 수모와 고통을 겪고 있다.

    회사입장에서는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전유진 기사. 이런 식으로 경위서가 누적되자 우신버스 측은 준법운행을 '고의지연운행'으로 규정,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 두차례에 걸쳐 정직 징계를 내렸다.

    그나마 2차 징계에서는 사측의 노무사가 오히려 '전 기사의 경우, 해고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사측에 얘기해 해고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전씨는 계단에서 넘어져 지난 2007년 다리골절로 전치 14주의 중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다 "당분간 휴직계를 내겠다"고 했지만, 사측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한테 사표를 받으러 와서 회사에서는 2달의 말미만 줄수 있다고 해 아픈 다리를 이끌고 휠체어 출근을 해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전후 이치를 따져보면 문제점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는데도 감독기관의 감독은 허술하고 사측의 전횡이 지속되는 데는 버스회사 내부 건전성을 지켜낼 시스템인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씨는 "회사의 문제점을 개혁해보겠다고 9년전 현 노조지부장 지지운동을 했지만 노조가 조합원 근로조건을 챙겨주지 않고 있고, 회사의 사당동 가스충전소 노선연장에 도장을 찍어주는 걸 보고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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