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판매대행사 10X10 홈페이지 캡처)
생리통을 완화할 수 있다며 초콜릿을 판매한 한 업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초콜릿 판매업체 '썸띵뉴 초콜릿'은 판매 제품을 '생리통 완화 초콜릿'이라고 홍보해 이름을 알렸다. 출시 초반 여성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여성의 고통을 마케팅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진행한 이벤트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초콜릿 판매업체 '썸띵뉴 초콜릿'은 지난 1일 SNS 공식계정에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벤트의 내용은 생리혈을 상징하는 빨간색 사진을 업로드하고, 초경을 앞둔 이들에게 경험담이나 응원 메시지를 남기라는 것. 이 판매업체는 이벤트 참여 방법과 함께 "생리는 여성이 되기 위한 한 과정"이라며 "생리통이며 배란통이며 아픈 것 투성이지만 언젠가 보상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게재했다. 여성을 꽃에 비유해 "Don't be shy little flower"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캠페인 문구를 접한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ka*****)은 "생리를 하지 않으면 여성이 아니냐"며 "(판매자가 언급한) 언젠가 받을 보상이 임신이나 폐경을 뜻하는 건 아니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my*****)도 "남성들이 월경 관련 용품을 팔 때마다 눈치 없이 들이대는 마케팅을 보면 할말을 잃는다. 생리통을 참으며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이자, 그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기만"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윤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 이벤트에 대해 "생리혈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올리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남성적인 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생리는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이며 '언젠가 보상받을 것'이란 말은 결국 견디라는 것이다. 지금의 고통은 엄마가 되어 보상받을 것이기 때문에 과정으로 생각하고 견뎌내라고 한다면, 여성의 고통을 (의학적 담론 안에서 예방·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여성 개인이 짊어져야 할 운명일 뿐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사실 이 판매업체의 '성인지 감수성' 논란은 사업 구상 단계에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여성이 겪는 생리통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 건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을 돈벌이로, 마케팅 아이템으로 부상시킨 것"이라며 "생리를 의학적·근본적 정보로서 접근한 게 아니라 상업적인 아이템으로, 마치 소비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해 여성들의 분노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리통 완화라는 효과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썸띵뉴 초콜릿'은 전문성 있는 제약업체의 제품이 아니다. 개인업체가 초콜릿 원료에 쑥과 복분자, 대추 등을 첨가해 만든 식품이다.
'썸띵뉴 초콜릿' 측은 상품 홍보글에 "약이 몸에 맞지 않거나, 약이 싫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썸띵뉴가 만들어졌다"며 생리통 완화에 효과적인 제품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주문시 주의사항에는 '썸띵뉴 초콜릿은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취재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산부인과의원 김동석 전문의는 "초콜릿에는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생리통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콜릿에 약재를 섞으면 조제를 한 것이다. 이런 경우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성분들이 서로 섞여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썸띵뉴 초콜릿' 측은 공식 계정을 통해 "좋은 의미에서 시작된 캠페인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비춰지게 된 것은 저희의 불찰이며, 미숙함"이라며 판매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여성뿐만이 아닌, 초콜릿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더욱 큰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