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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 검찰도 개혁" 해법, 與野 중 누가 풀까

국회/정당

    "조국 수사, 검찰도 개혁" 해법, 與野 중 누가 풀까

    "조국 옹호=검찰 개혁" VS "무조건 퇴진"
    이분법 프레임 기반 강대강 대치 '평행선'
    광화문, 일부 중도 참여 "검찰 개혁 해야"
    서초동, 조국 수호 외치지만 '신중론'도
    갈 곳 잃은 표심, 선제 대응하는 쪽 유리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자료사진)

     

    "검찰 개혁" 대(對) "조국 퇴진".

    여야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이 버텨야 검찰 개혁이 완수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퇴진 외에 타협책은 없다고 맞선다. 조 장관 임명 이후 이런 이분법적 프레임에 기반한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가 없다.

    그러나 두 사안은 반드시 양자택일의 문제일까. 광화문과 서초동, 광장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나, 여론조사 결과 중에선 '조 장관 수사는 원칙대로 이어가고, 검찰 개혁도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요구도 적잖다. 진영논리를 피하다 갈 곳 잃은 중도층 표심을, 장차 어느 쪽에서 선제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대로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한형기자

     

    ◇ "檢 개혁 조국옹호와 엮는 것, 잘못"

    5일 진보단체 주최로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뚜렷했다. 다만 주장이나 노선이 모두 같은 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가자 양모(62)씨는 우선 "지금까지 조 장관과 직접 관련된 범죄가 명확하게 나온 게 없지 않느냐"면서도 '조국 수호'라고 쓰인 손팻말을 가리키며 "만약 수사 결과 조 장관의 범죄가 확정되면 여기서 조국 이름을 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온 박모(56)씨는 "검찰 개혁은 무조건 필요하다. 법에 맞게, 차별 않고 수사해야 한다"면서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야 한다는 것도 맞다"고 했다.

    앞서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 주도로 열린 집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한국당 지지자나 보수 세력으로 꼽혔던 이들뿐 아니라 침묵하던 일반인들도 상당수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진보 쪽과 편을 가르러 나온 게 아니다"라며 "검찰 개혁은 하면 좋은데 그걸 조국 옹호로 엮으려고 하니까 그게 잘못됐다는 걸 지적하러 경기 파주에서 나왔다"는 장양우(60)씨가 대표적이다.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범보수단체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박종민기자

     

    실제로 주최 측이 설치한 무대와 멀리 떨어질수록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고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모인 경우도 꽤 됐다.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날 집회에 관해 "심지어 저하고 가까운 진보 세력들도 나갔더라고요. 나가서 SNS에 올려요. '나는 진보다. 그렇지만 조국을 반대하기 때문에 나왔다' 이런 것이 민심이죠"라고 평가했다.

    물론 더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사면을 요구(우리공화당)하는 비현실적 주장을, 누구는 문재인이 공산주의자(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라는 해묵은 색깔론을 폈다. 펜스로 둘러싸인 세월호 '기억공장'과 유가족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보수가 조 장관을 반대하고 진보가 검찰 개혁을 주장한다는 기존의 단순한 프레임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구도가 됐다. 두 집회 관련 기사에 '진영 대결로 보지 말라'는 댓글이 잇따르는 이유다. 또 그만큼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중도층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범보수단체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 계속 치닫는 여야…누구도 여론 포용 못해

    반면 여야는 한껏 달아오른 광장의 열기를 식힐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각자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한국당은 이번 집회로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중도우파가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물 들어온 김에 노 젓자'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이 싸움,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헌법이 명령한다.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터라 당 차원에서 시위를 적극 독려하긴 부담스러운 눈치다. 다만 서초동 촛불집회에 의원이나 보좌진들이 개별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 집회를 '민심'으로 규정하면서 광화문 집회는 '선동', '동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해찬 대표는 4일 "(한국당이) 각 지역위 별로 300명, 400명씩 동원했다"며 "공당에 이런 일이 나타나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한 걸 두고서는 "국가 원수에게 '제정신' 운운한 것은 아무리 정쟁에 눈이 어두워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다른 정당들도 당내 갈등으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도 여론을 포용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는 동안 어느 정당도 명확히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을 누가 껴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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