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보고 계세요?' 미국 볼링 국가대표 출신 A.J 존슨이 4일 DSD삼호 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뒤 감격적인 표정으로 우승의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안양=한국프로볼링협회)
미국 국가대표 출신의 27살 청년은 눈물을 쏟았다. 거의 패배가 결정되는 듯했지만 막판 상대의 실수가 나오면서 극적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생애 첫 국제대회 정상 등극의 기쁨을 안긴 한국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소가 됐다.
A.J 존슨(27·에보나이트)이 한국 프로볼링 최고 권위의 대회를 제패했다. 첫 한국 방문에서 거둔 영광의 순간이었다.
존슨은 4일 경기도 안양 호계볼링장에서 열린 제 21회 DSD삼호 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 결승에서 같은 미국의 강자 크리스 반즈(글로벌900)를 245 대 244로 눌렀다. 우승컵과 함께 상금 5000만 원을 차지했다.
미국프로볼링(PBA) 데뷔 4년 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미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존슨의 생애 첫 짜릿한 경험이다.
결승전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이었다. 존슨은 7프레임까지 스트라이크 행진을 이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존슨의 샷은 레인에서 고요하게 깔려가며 강력하게 핀을 공략했다.
PBA 통산 19회 우승에 빛나는 반스도 볼링의 교과서라는 별명답게 정교한 샷으로 5프레임까지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17회 대회 이후 4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반스다웠다.
승부는 막판 갈렸다. 7연속 스트라이크를 잡았던 존슨이 8프레임에서 흔들렸다. 4번과 10번 핀을 남기는 스플릿을 범했고, 9프레임에서는 하나 남은 핀을 스페어 처리하지 못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존슨은 사실상 우승을 단념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10프레임에서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반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10개의 핀 중 8개만 쓰러뜨리면 되는 상황에서 반스가 3개의 핀을 남기는 실수를 범했다.
반스의 샷에 존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총 상금 3억 원의 메이저 대회 정상 등극이었다. 존슨은 쏟아지는 동료와 팬들의 격려 속에 미국 현지의 어머니와 화상 통화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존슨은 "사실 그동안 2등을 너무 많이 해서 이번에도 그러나 싶었는데 행운이 따랐다"면서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첫 방문에 생애 첫 우승까지 차지한 한국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올해 시즌 3승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결승행이 무산된 김희준.(사진=KPBA)
앞서 준결승 격인 3위 결정전에서는 한국프로볼링(KPBA) 9기의 베테랑 김희준(팀 로또그립)이 명승부 끝에 아쉽게 결승행이 무산됐다. 연장인 서든데스 끝에 3위에 머물렀다.
존슨이 279점으로 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남은 결승 티켓 1장은 김희준과 반스의 대결로 갈리게 됐다. 반스가 먼저 10프레임 3연속 스트라이크로 224점을 기록한 가운데 김희준도 역시 3연속 스트라이크로 동점을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첫 투구에서 김희준과 반스는 모두 스트라이크를 성공시켰다. 서든데스 2차 투구에서 승부가 갈렸다. 김희준이 먼저 6핀만 쓰러뜨리는 부진을 보인 반면 반스가 침착하게 8핀을 넘겨 결승에 진출했다.
올해만 2승으로 전성기를 달리던 김희준은 아쉽게 시즌 3승 도전이 무산됐다. 4명이 겨룬 4위 결정전에서는 신예 강민환(23기·팀 스톰)이 거물급 선수들과 TV 파이널을 겨루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4위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