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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 "이게 뭐가 지질한지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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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 "이게 뭐가 지질한지 모르겠더라"

    [노컷 인터뷰]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재훈 역 김래원 ①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배우 김래원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내용이 나옵니다.

    20대의 전부였던 연인과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까지 준비 중이었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책임감이 앞섰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는데, 결혼 상대의 바람을 목격했고 파경을 맞았다. 상대에게 귀책사유가 있는데도, 이 남자는 늦은 밤 메시지 폭탄을 보내며 허우적댄다. 물론 '자니?'라는 문구는 빠질 수 없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는 전 여친에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분)과 전 남친에 뒤통수 맞은 선영(공효진 분),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김래원은 실연의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낮이고 밤이고 술을 마시며 자신을 방치하는 재훈 역을 연기했다.

    재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되기 전인 초중반까지만 해도 재훈의 행동은 아주 전형적인 '진상'으로 느껴진다. 술을 진탕 마셔 주차금지 표지판을 가져오는 것은 기본이고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옥수수는 냉동실에 한가득이다. 모르는 새집에는 고양이가 들어와 있었고, 청소 중에는 출처 모를 비둘기를 내쫓아야 했다.

    무엇보다 과거 연인에게 엄청나게 미련을 보이며 집착하는 태도가 눈에 띈다. 각종 영화평에서 재훈 캐릭터나 그의 행동을 두고 '지질하다'(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제작사 대표조차 '지질한 역할 있는데 할래?'라며 시나리오를 보냈으나, 정작 김래원은 뭐가 지질한지 알 수 없었다고.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김래원은 재훈 역할을 보고 '이게 뭐가, 왜 지질한 거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뭐 얼마나 지질하길래?' 하고 받아본 시나리오

    '가장 보통의 연애' 제작사 대표는 김래원에게 역할을 제안할 때부터 "지질한 역할 있는데 할래?"라고 물었다. 소속사에서 긴가민가하던 중, 직접 시나리오를 본 김래원은 재미있다고 느꼈다. 일단 지질하다고 하는 부분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얘기는 너무 재밌고, 이 솔직한 이야기라면 상대 배우 호흡만 잘 맞으면 이 영화가 정말 재미있겠다 싶었다"라며 "아무튼 포인트는, 이게 뭐가, 왜 지질한 거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이게 지질한 건가?'였다"라고 말했다.

    김래원은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미련에 허우적대는 까칠한 후회남 재훈 역을 맡았다. (사진=영화사 집 제공)

     

    하지만 재훈과 본인은 닮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제가 잘 몰라서, 닮지 않아서 그렇게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제가 알면 아는 걸 표현하려고 했을 테니까. 저는 (재훈과 제가) 많이 닮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어떤 점이 안 닮았는지 묻자 김래원은 "잘 모르겠다"라며 "이거(캐릭터)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 저희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이지 않나. 감독님이 생각하신 어떤 이야기 속, 이런 상황의 어떤 남자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김래원은 "재훈이는 좀 여린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의지할 방법으로 술을 택한 거고, 그러다 보니 그런 실수를 한 거고, 그 부분을 보고 많이 지질하다고 얘기하시는 것 같다. 사실 그런 생각도 했다. 술 마시고 전화 통화를 2시간 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선영이었다는 게, 저는 그 정도로 민망한 일인가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재훈은 거리에서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를 측은하게 여겨 만취했을 때마다 옥수수를 한 봉지씩 사 오는, 따뜻한 구석도 있는 캐릭터다.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남을 화젯거리 삼아 뒷말하는 직원들과 달리, 뜻밖의 된서리를 맞은 피해자를 위하는 모습도 영화 후반부에 노출된다. 김래원은 "대부분의 남자가 그런 면을 가지고 있다. 그냥 옥수수를 맨날 사 왔다는 얘기를 안 할 뿐이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비슷한 부분이 적었기에, 김래원은 '되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깊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아파본 적이 있고, 그런 걸 책이나 영화에서도 봤으니. 단지 재훈이 느끼는 아픔의 무게 때문에 캐릭터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어두워질까 봐 그걸 걱정했다.

    김래원은 "실연의 고통과 슬픔은 굉장히 무겁고 힘들지 않나. 그리고 저 김래원 자체가 가진 베이스도 그렇게 라이트하진 않다. 저도 조금 다운돼 있어서, 자칫 저 때문에 영화가 너무 다운될 수 있으니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재훈이 빈틈을 보이는 장면을 꽤나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영화 중반에 넘어진 거 말고 초반에 넘어지는 장면이 있다. 핸드폰 보고 길 가다가 넘어지는 것. 그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한테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게 그 어떤… 아픔의 진정성과 얘의 어떤 엉성한 모습들, 허당 같은 느낌의 넘어짐이 저는 너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 현장의 여성들에게 도움 많이 받아

    '가장 보통의 연애'는 감독, 프로듀서,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여성이었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배우 김래원, 공효진, 김한결 감독 (사진=NEW 제공)

     

    사실 재훈은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다른 사람과 한 침대에 있는 장면을 보게 됐고, 파경을 맞은 것이었다. 원래는 폭행 장면도 있었다고. 김래원은 "제가 들어가서 그 남자를 막 폭행한다. 제 와이프랑 우리 집에서 바람피우는 것에 분노해서 이성을 잃은 모습도 있었다. 근데 빠졌다.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이니까. 좋게 생각하면 그 부분이 없어도 얼마나 재훈이가 힘들었는지가 잘 드러나기도 하고"라고 설명했다.

    파혼 후에도 전 연인을 그리워하며 매달리던 재훈은 같은 회사에 새로 입사한 선영과 의도치 않게 부딪히고 엮이게 된다.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각 차이가 어마어마해 보였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을까. 김래원은 "저희는 되게 자연스럽고 싶었다. 어쩌면 처음 본 순간부터일 수도 있다"라며 "첫 인사할 때 저한테 '반갑다'라고 (반말로) 하고 '야'라고 농을 던질 때 황당해하면서도 (재훈은) 굉장히 신경 쓰고 불편해하니까"라고 답했다.

    제작사 대표, 감독, 상대 배우가 모두 여성이었던 '가장 보통의 연애' 현장에서 김래원은 계속 질문하고 의견을 구했다. 그는 "저를 많이 이해 못 하시더라. 그래서 (그분들에게) 다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다들 (재훈을) 너무 매력적으로 좋게 봐주시니까 성공한 거다"라며 "제가 모르는 채로 재훈의 매력이라는 게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평소보다 여성이 많은 현장이어서 생각의 차이를 많이 느끼지 않았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래원은 "그냥 저는 그분들이 얘기하는 대로 다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애초부터 그러려고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김래원이 좀 더 '재훈스럽게' 바꾼 장면도 있다. '광고 촬영 현장에 슬리퍼가 부족해 선영이 신을 게 없을 때, 재훈은 어떻게 슬리퍼를 벗어줄 것인가?' 하나는 영화에서처럼 던지듯이 벗어주는 거고, 하나는 그냥 얌전히 벗어주는 거였다. 김래원은 "B버전이어도 좋았겠지만, 제가 해온 재훈으로 한 거다. 그 마음이 전달됐다면 성공"이라고 밝혔다.

    ◇ 술 안 마시는 김래원-공효진, 만취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배우 김래원 (사진=NEW 제공)

     

    '가장 보통의 연애'는 최근 개봉작 중 술 마시는 장면, 술에 취해 있는 상황이 가장 많이 나오는 영화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음주 장면이 많다. 김래원은 "저도 그렇고 효진 씨도 그렇고 처음부터 '술 취한 거 어떻게 하냐?' 그랬다. 근데 지인분에게 술 정말로 마시고 한 거냐는 소리를 들었다. 성공했다"라고 웃으며 "분장의 효과를 좀 봤다. 일부러 과하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주사를 묻자, 김래원은 "그냥 제 생각에는, 꼭 해서는 안 될 말은 아니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그래도 몇 마디 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평소에는 술 취하면 힘들어서 집에 가는 편이란다. 예전에는 아침까지도 마셨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고. 촬영 땐 더더욱 마시지 않는다. 그는 "(다음날 촬영이) 너무 걱정돼서 어지간하면 그렇게 못 마신다. 촬영하는 동안에는 저는 진짜 술 안 마신다"라고 강조했다.

    알코올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만큼, 술자리에서 주로 벌어지는 상황이 웃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재훈과 선영이 하는 술자리 게임이 한 예다. 서로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맞히는 건데, '가장 보통의 연애'에는 남녀 생식기를 이르는 말이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민망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김래원은 "저는 부담스러웠다. 어제 (영화) 보고도 부담스럽더라"라고 수줍게 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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