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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전으로 돌아간 北核 협상, 北美 무슨 얘기했기에?

국방/외교

    하노이 회담 전으로 돌아간 北核 협상, 北美 무슨 얘기했기에?

    • 2019-10-07 05:00

    美는 "창의적 아이디어" 北은 "빈손으로 나와"…김명길 성명 이어 외무성 대변인 담화 발표, "적대시 정책 철회 전 협상 불응" 거듭 강조… 北 요구 하노이 회담 전으로 돌아가…'숙고해볼 것 권고'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어

    (그래픽=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5일(현지시간)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북핵 시계는 다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을 통해 상대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했고 이후 협상재개 의지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막상 다시 만나본 결과는 이전 그대로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북한은 회담 결렬 직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성명에 이어 6일 저녁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은 이 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며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번 북미간 협상 내용의 수위는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미가 회담 결렬 뒤 내놓은 성명 등을 보면 양측이 이 번 협상에서 내놓은 비핵화 접근법은 출발지점부터 달랐다.

    우선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핵화의 정의 등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상응조치에서 보다 유연한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여부에 따라 일정 기간 제재를 유예하는 '스냅백'(snapback·제재 원상복구) 방식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 방법과 관련해 '큰 그림'에 우선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핵화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한 정의와 핵동결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로드맵이 우선 그려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실현 가능한 비핵화 및 상응조치부터 우선 합의하고 이행 상황을 봐가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북한 입장과 상충된다.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거나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김명길 대사의 비난은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협상장에 나오기 전인 지난달 20일 담화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이 자신들의 '단계적 해법'을 의미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 바 있다.

    6일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안보리 제재해제를 맞바꾸려 했던 하노이 회담 때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갔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명길 대사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북미대화 교착상태를 깨기 위한 '현실적인 방도'라고도 밝혔다.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등은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인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취한 선제조치다.

    미국이 이에 화답하는 조치를 취해야 비로소 비핵화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한 점에 비춰 북한은 하노이 당시 내놓았던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는 아예 꺼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사는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6일 저녁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비핵화 협상을 위해 미국에 선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 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생존권'은 체제안전보장을, '발전권'은 제재해제 문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명길 대사는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싱가포르 회담 이후 15차례에 걸친 제재조치, 한미합동군사훈련, 한반도 주변의 첨단무기 배치 등을 지목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제재해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지만, 이 번 협상을 통해 제재해제와 체제안전보장 조치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미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협상을 시작할 때 밝히는 기조발언 성격으로 이해하는 분위기지만,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요구 수준도 하노이 회담 이전으로 대폭 높여 협상 전망은 더욱 어둡게 됐다.

    추가협상 여부 조차도 불투명하다.

    스웨덴 정부는 2주일 내에 협상을 다시 갖자는 제안을 했고 미국은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에 답변하지 않은 채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도 "판문점 수뇌상봉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6일)까지 아무 것도 고안해 내지 못한 그들이 두주일이라는 시간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고 일축했다.

    다만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이라며 미국에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한 점에 비춰 협상 창구를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대사의 성명 등은 강한 톤으로 보이지만 미국에 다시 준비를 해서 오라는 게 핵심요지"라며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대화의 판을 접었다기보다는 여지를 계속 열어두고 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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