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 회담이 싸늘하게 돌아선 뒤에 북미 실무진이 다시 협상을 시작하기까지 무려 7개월이 걸렸습니다. 7개월 만에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가 바로 스웨덴 협상이었는데 그 어렵사리 마련된 실무 협상의 첫 만남에서 협상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결렬을 선언한 건 북한 쪽입니다.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그러자 미국은 깜짝 놀라면서 "아니, 창의적인 좋은 대화를 나눠놓고 북한이 지금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반응을 내놨죠.
그러자 북한은 더 강하게 받아쳤습니다. "미국이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 미국이 뭘 들고 나왔길래 북한이 이렇게까지 역겨워하는 걸까요? 이게 그냥 전략일까요, 아니면 정말 판을 깰 만큼 내용이 빈약했던 걸까요.
대통령 직속 통일자문기구죠. 민주평통 정세현 수석 부의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세현 부의장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회담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첫 만남에 깨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겁니까?
◆ 정세현>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김명길 대사가 베이징에서 스톡홀름 가는 비행기를 타는 동안에 기자들에게 그런 얘기하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새로운 신호가 왔다.
◇ 김현정> 새로운 신호 왔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정세현> 그래서 우리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 누가 보든지 간에 이번에 스톡홀름에서 실무 협상이 잘 돼서 곧 북미 정상 회담 날짜가 잡히고 뭐 그럴 줄 알았죠. 그런데 북한 행동을 다시 복기를 해 보니까 이게 좀 북한에서 판을 처음부터 깨려고 했던 것 같아요. 깬다기보다는 이번에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할 필요 없다. 좀 더 압박을 가하자. 그러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깰 생각을 가지고 들어간 게 아닌가라는 의심까지.
◆ 정세현> 그러니까 4일 오후에 차석 대표끼리 예비 접촉을 했고 5일날 10시부터 본회담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점심 시간은 어차피 잠깐 쉬어야 되고 그러는데 나와가지고 대사관으로 들어갔다는 거예요, 김명길 대사가. 2시간 반이나 있다가 돌아갔다는 얘기인데 회담을 끝내고 나오면서 30분 만에 그 대사관까지 들어가서 10분 만에 성명서를, 인쇄된 성명서를 읽었단 말이에요.
아마 그 장면 보고 이거는 점심 시간에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거다. 그렇게 봤고 아마 평양의 입장에서는 최선희, 리용호 그리고 최종적으로 김정은까지 미국이 지난번보다는 조금 낫기는 나은데 이거 가지고 안 되겠고 한판 좀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금년 중에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자. 그러려면 오늘은 대충 그 정도에서 끝내라. 또 하노이 때 당했던 것도 보복해 주는 것도 있고.
◇ 김현정> 그런 느낌 전 받았던 게 뭐냐 하면 하노이 때 생각해 보면 트럼프가 협상하다가 나와가지고 결렬됐다라고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그거하고 똑같은 상황으로 거의 멘트까지 똑같더라고요, 이번 북한의 결렬 선언 멘트까지.
◆ 정세현> 좀 멋있게 표현하면 데자뷔.
◇ 김현정> 데자뷔, 맞습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세현> 이번에는 미국이 뒤통수 맞은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면 미국이 이번에 지난번보다는 상당히 진전된 입장을 가지고 나왔지만 아직은 성에 차지 않는다. 북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조이면 그쪽 가까이 갈 것 같다 하는 계산이 섰다는 거죠, 북한 입장에서. 그러면 모양새는 안 좋지만 이번에는 결렬되는 식으로 끝내고 오라.
그리고 미국에서 다시 몸이 달아가지고 지금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몸이 달았다고 볼 겁니다. 10월달 탄핵 때문에 그걸 비껴가거나 그걸 누를 수 있는 뉴스 밸류(News Value) 가 있는 사건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거예요. 좀 굵직굵직할 줄 알았더니 자잘한 거 몇 개 들고 와서 잔뜩 책상 위에 늘어놓으니까 북한으로서는 이거 뭔가 해 보려고 하는 건 분명한데 아직은 정신을 덜 차렸구나. 그러면 세게 쪼아라. 이렇게 되지 않았나.
◇ 김현정> 원래 보통 협상이라는 건 며칠 동안 주고받고 밀당 하고 이러는 건데 그냥 더 해 볼 필요도 없다. 첫판에 깨버렸다는 말씀. 오전에 그냥 깨버렸다 이 말씀이에요.
◆ 정세현> 오전 얘기 들어보니까 오후 회담을 해 봤자 뻔하고 좀 더 시간을 두고 더 다급하게 만들어야 되겠다 하는 계산을 점심 때 평양하고 상의했을 거다.
◇ 김현정> 평양에서...
◆ 정세현> 평양 지시 아니면 그렇게 못 해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판단의 근거는 트럼프가 지금 몸이 달아 있다. 트럼프가 탄핵에도 몰려 있고 재선은 또 해야겠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럴 때 벼랑 끝 전술을 써보자라는 판단했을 거라는 말씀. 지금 2주 후에 다시 만나라고 스웨덴이 제안을 했고 미국은 그거 받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젯밤 나온 성명 보면 그조차도 거부하는 느낌이에요.
◆ 정세현> 의욕이 없다는 얘기를 했죠.
◇ 김현정> 역겹다고까지..
◆ 정세현> 역스럽다고, 역겹다고. 그러면서 연말까지 숙고해 보라고 그랬어요. 숙고할 것을 권고한다. 그런데 숙고라는 단어는 그건 일종의 협박입니다. 말 안 들으면 죽는 수 있어 할 때 숙고라고 하잖아요.
◇ 김현정> 우리나라에서 쓸 때 숙고는 그런 정도로 쓰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북에서는 좀 더 센가요, 느낌이?
◆ 정세현> 그렇죠. 이미 4월 12일날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미국이 셈법을 바꿔서 나올 것 같으면 연말까지는 기다리면서 한 번쯤 더 북미 정상 회담을 해 볼 생각이 있다고 얘기했거든요. 12월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는 얘기는 12월 되면 트럼프는 이제 몸이 단다. 그 계산을 했기 때문에 그렇고. 이번에 다시 와서 12월을 다시 상기시킨 것은 우리는 내년부터 새로운 길을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를 했을 거예요, 협상장에서.
그리고 이거 작년 6월 12일날 트럼프 대통령한테 김정은 위원장이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핵실험 중지 그다음에 ICBM 발사 유예. 이런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을 거고 나와서 그 얘기를 했죠. 그러니까 ICBM 발사 다시 하게 만들 거냐. 그다음에 핵실험 또 하게 만들 거냐. 그건 전적으로 미국 측에 달려 있다. 12월까지는 결정하라. 아니면 내년부터는 그렇게 간다 하는 얘기죠.
◇ 김현정> 그렇죠. 12월을 데드라인으로. 미국이 최소한 이 정도는 가지고 와야 그걸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받아들일 거다 하는 그 기준선은 뭐로 보세요? 자잘한 선물 아니라 이 정도는 내놔야 하는 걸.
◆ 정세현> 이번에는 조금 지난번보다 하노이에서 할 때보다 요구 조건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안전권과 발전권을 보장하라 하는 이야기. 안전권은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하고 그리고 발전권은 경제제재 해제하면 그러면 그때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겠다.
그러니까 미국은 완전히 순서가 바뀝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 엔드 스테이트(End State) 를 먼저 내놓고 그걸 포괄적으로 합의한 뒤에 이행하는 방법은 단계적, 동시적으로 하자 하는 그 입장인데 그러니까 미국은 선비핵화고 그다음에 북한은 이번에 선안전 보장이고. 안전 보장 그다음에 경제 제재 해제. 그 원칙에 합의하면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핵은 다 내놓을 수 있다. 엔드 스테이트까지 얘기할 수 있다 하는 얘기죠.
◇ 김현정> 그렇죠, 둘이 상반된. 그러면 이건 정세현 부의장님의 주관적인 의견이십니다마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 종국에는 트럼프가 북한의 요구 사항을 받게 될 거라고 보세요? 어떻게 보세요, 올 말까지?
◆ 정세현> 받을 가능성이 저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 정도로 트럼프가 급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세현> 급하죠. 지금 아무것도 없잖아요. 보니까 외교 분야에서는 업적이 없죠. 다들 그나마 정상 간에 친선을 주고받은 경우는 북한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김정은의 요구를 조금만 들어주면 아니, 노벨상이 공정하다면 자기가 받게 되겠다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 정세현> 그러니까 욕심을 내는 거죠, 지금.
◇ 김현정> (미국) 내부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지금 입지도 취약한데.
◆ 정세현> 글쎄, 그게 문제죠. 그러니까 그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 좀 필요한 대목이 돼요. 미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실무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 편에 좀 서주기를. 지금 실무 관료들은 아마 워싱턴 정가 보수 쪽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우리 정부가 미국 실무 관료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 김현정> 그건 우리의 역할이군요.
◆ 정세현> 그다음에 또 미국에 있는 우리 교민들도 자기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을 좀 설득을 해서 트럼프 도와달라 하는 역할을 해야 될 필요가 있고 그 대목이 지금 우리 민주평통이 좀 해야 될 일입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한 1분 남았는데 그러면 연결이 되어 있는 문제가 뭐냐 하면 11월에 아세안 열렸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오느냐 마느냐.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런데 이제 11월 말은 11월 25일부터 27일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한 달 20여 일 남았는데 정치판에서 하루는 보통 사람 일생보다도 길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연말까지 안 가고 11월 초중반까지 실무 협상이 성과를 내고 북미 정상 회담이 이뤄지면 막상 정상 회담이 되면 속도는 날 거예요, 그건 트럼프의 성격대로. 그러면 그 토대 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 회담도 필요로 하게 될 거고 그러면 부산에 올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죠.
◇ 김현정> 결국 연동되어 있는 거네요, 북미 회담과.
◆ 정세현> 다 연동돼 있습니다.
◇ 김현정> 연동돼 있는 거.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상황, 판. 스웨덴판 한번 읽어봤습니다. 정세현 부의장님, 오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김현정> 감사합니다. 민주평통 정세현 수석 부의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