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고등검찰청 대회의실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극한 설전이 펼쳐졌다.
여야는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인 끝에 고성을 넘어 욕설까지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 "이게 국정감사인가" vs "웃기고 앉았네 xx같은게"이날 오후 한때 법사위 국감장은 흔하지 않은 장면으로 술렁였다.
법사위 국감을 주재해야 할 법사위원장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자신의 회의 진행을 향해 고성으로 항의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향해 "누가 당신한테 자격 받았어. 웃기고 앉아있네 xx 같은 게"라고 말했다.
앞서 여 위원장은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최근 민주당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검찰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수사하는 것이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에 부합되지도 않는다"며 "이런 고발들은 수사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건 관계자가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국정감사가 맞느냐"며 "여 위원님은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세요. 국회 모독이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여 위원장이 "질문이나 하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라고 면박을 주자 민주당 송기헌 간사와 표창원 의원 등은 김 의원과 함께 여 위원장의 회의 진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고성으로 항의했다.
그러나 언짢아진 여 위원장은 "듣기 싫으면 귀를 막아라. 민주당은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지 않느냐"고 맞고함을 친 후 위와 같은 욕설을 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여 위원장은 "회의 진행은 위원장의 권한이다. 필요 없는 주장은 안 받아들인다"며 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요청을 무시한 채 야당 위원에게 질의 권한을 넘겼다.
여 위원장은 뒤늦게 "김 의원에게 미안하다. 사과드린다"고 사과에 나섰지만 "저도 주의하겠지만 위원들도 상대방 위원의 발언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자신의 진행에 이의를 제기한 여당 의원들을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말실수는 여당 측에서도 나왔다.
김 의원은 여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한국당 위원들을 향해 "야당 의원들도 자당이라고 해서 이런 선을 넘는 것까지 감싸면 안 된다"며 "그러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
한국당 의원들이 "그 논리대로라면 조국은 벌써 물러나야 된다. 내로남불도 우습다"고 대응하자, 김 의원은 "내가 조국이야?"라고 외쳐 조 장관의 행동이 내로남불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김 의원은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내로남불이 아니다. 조용히 해달라"고 수습에 나섰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조국 수사 관련 보고하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라"…檢 향해 쏟아진 압박조 장관과 관련한 발언은 배 지검장의 업무 보고가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배 지검장을 향해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조 장관에 대한 수사 내용"이라며 "현재 수사 중이라지만 오늘 국감은 그 질문이 주류를 이룰 것인데 업무 보고에서 그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배 지검장이 "(수사 중이어서) 그렇다"며 답하자 박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보고를 추가적으로라도 간단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다"고 거듭 답변을 요구했다.
설전은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조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검사가 네티즌들로부터 무차별 사이버테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장 의원은 "다른 여검사와 비교해서 '누가 예쁜가', '얼굴이 반정부 시위하게 생겼네' 등 여검사가 사이버테러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칼이 꽂힌 인형이 배달된 것으로 아는데 테러를 당하고 압박, 겁박당하는 사람(검사)들이 있으면 정확한 사례를 문건으로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종민 의원은 "적어도 국회가, 정당이 거리의 여과되지 않은 테러 수준의 말을 증폭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2달간의 언어폭력 테러가 검찰과 그 여검사에 대한 것에 비해 수백 배는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압수수색을 한 검사에 대해 인신공격이 아니라 겁박과 협박 수준으로 테러를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걱정을 의혹을 증폭시킨다(고 보)는 저 인식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와 법무장관, 여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 수석대변인, 대변인들이 검찰 공격을 식은 죽 먹기로 하고 그분의 이름과 얼굴까지 등장하는 협박과 테러가 있는데 이를 국감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임무"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정갑윤 의원이 질의 중 조 장관을 "가족사기단의 수괴"라고 부른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법사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이신 정 의원께서 장관을 '가족사기단의 수괴'다, 이렇게 표현하셨는데 표현이 지나치지 않느냐"며 "정 의원이 이 표현을 철회하고 의사록에서도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법사위의 품위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 의원은 "어쩜 그렇게 사사건건 간섭을 하느냐"며 "그런 것을 내로남불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다른 의원이 발언할 때 말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누가 당신 얘기를 했느냐. 왜 버릇을 못 버리고 그러느냐"며 격앙된 모습으로 장 의원을 꾸짖었다.
정 의원은 "송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제가 말씀을 안 드리는 것이 좋은데, 판단은 국민이 한다"며 "저도 상당히 고심한 표현이지만 아무리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송 의원의 지적에 반박했다.
여야는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적용하며 검찰을 향해 상대 진영을 향한 강경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계속 소환을 했는데도 불응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이 머뭇거리자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공개된, 청소년들이 참여한 검찰과 언론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 내용을 담은 동요 영상을 보여주며 단호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가족사기단을 상대로 법과 절차에 따른 수사를 했음에도 지금 본 것처럼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왜 그런 것 같으냐"며 "배 지검장이 취임사에서 말했듯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반칙적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