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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배려심 없는 엔딩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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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배려심 없는 엔딩 좋아해요"

    [노컷 인터뷰]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 역 공효진 ①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공효진은 빨간 마이크를 들고 앉아 있었다. 자기와 멀리 떨어져 있는 저 끝 기자에게도 목소리가 제대로 들릴까 싶었다며, 집에 있는 자기 마이크를 가져왔단다. 이게 뭐냐고 묻는 기자에게 "안 써보셨어요? 인생이 달라지는데"라고 한 공효진의 답에 인터뷰 시작부터 웃음이 터졌다. 싸이키 같은 조명이 나와서 더 흥이 난다는 노래방 마이크로 범상치 않게 등장한 공효진은, 어떤 말을 할지 자꾸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인터뷰이였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 선영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을 만났다. '썸 타는 남자 여자가 술 먹는 얘기에요'라는 설명을 듣고 무슨 얘기일지 궁금했고, 너무 재미있어서 합류하게 됐다는 공효진은 본인 표현에 따르면 "냉기만 남은 사람"인 선영 역을 제 옷처럼 입었다.

    공효진은 이제 차차 쌀쌀해지는 날씨에 딱 어울리는 영화라며, 무엇보다 엔딩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배려심 없는 엔딩을 좋아한다"는 말도 함께.

    다음은 일문일답.

    ▶ '가장 보통의 연애'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냥 어떤, 씬들의 배치나 구성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저한테 처음 설명해 줄 때 '그냥 남자 여자, 썸 타는 남녀가 술 먹는 얘기에요'라는데 누구나 궁금하지 않나. 너무 재미있었다. 재훈(김래원 분)에게는 대표님이 '좀 찌질한 역할인데 할래?'라고 했다고. 겨울에 찍었는데, 겨울엔 특히나 포장마차, 오뎅바 이런 데 모여가지고 작은 잔의 술들을 마시지 않나. (일동 웃음) 썸 타는 남녀, 되게 재밌겠는데? 그렇게만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게 딱 이 계절에 맞는다고 봤다. 시작도 너무 재미있는데? 마지막 엔딩도 그렇게 되는 게 깔끔했다. 로코든 뭐든 한국영화가 좀 마무리가 아쉬울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잘 된 거야, 아닌 거야? 화해한 거야, 아니야? 하면서 배려심이 많은 편인데, 저는 사실 배려심 없는 엔딩을 좋아한다. 칼같이 딱 잘라버리는 게 좋다. 그래야 나와서 생각하는 게 많으니까. 나는 이 영화가 엔딩이 제일 깔끔해서 좋았다.

    공효진은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사랑에 환상을 갖지 않은, 쿨하고 당당한 선영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사 집 제공)

     

    ▶ 선영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중점을 둔 부분은, 그동안 저는 온기 넘치는 역할을 했다. '미쓰 홍당무'처럼 화가 많았든, 아니면 정이 많아서 헤펐든, 따뜻한 사람이라 착했든 뭔가 마음에 온기가 넘치는 캐릭터였다면, 이번 캐릭터는 냉기만 남은 사람, 끝까지 냉기만 남은 사람이었다. 영화 속 캐릭터적인 그런 여자 아닌 거로 끌고 가야지, 라고 생각은 했다. 근데 찍으면서는 '너무 좀 그런가?' 하는 생각도 좀 했다. 직장 동료들하고 있을 때도 '난 다 알겠는데' 싶어서 심드렁한 느낌이 있는데 그것도 (관객들이 보기엔) 좀 미울까? 많은 생각을 했다. '회사에 저런 애 꼭 있어, 지가 잘난 줄 아는 애' 이런 거 있지 않나. (웃음)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우려도 했는데 '내 얘기다'보다는 '내 친구가~' 하면서 약간 나를 비껴간 얘기라는 느낌이었다. 여자애(선영)가 보통은 아니니까. 남자애(재훈)도 보통 일을 겪은 건 아니고. 관객 하나하나한테 '다 저래?'라고 하면 '아는 사람 얘기 들으면 그럴 수도 있대~' 하고 조금 모호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를 재밌다고 하는 건 아닐까?

    ▶ 선영에게는 '촌철살인' 대사가 많았다. 여자라서 다가오는 대사도 많았고.

    속 시원했다. 많은 사람이 나처럼 속 시원할까 싶기도 했지만. 제가 느낄 때는 관객들이 중간에 깔깔깔 웃더라, 처음으로. 남자분들도 굉장히 많이 즐거워했고. 전 남자친구 들어와서 전화하는 씬 보고 갑자기 (웃음) 아무 말도 없고 조용~해서 '아, 많이 놀랐구나!' 싶기도 하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팀장인 재훈에게 반말로) '어, 그래. 나도 반갑다, 야' 이런 거 할 때는 하… 꿈에서나 하는 것일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뭐!' '야!' '왜!' 이런 거 할 때도 재미있고, 너 나이 먹어서 어쩌고저쩌고 이러다 (제가) 니킥 할 때 (재훈이) 움찔하면서 오는 그 뭐랄까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그런 거 할 땐 약간 판타지적인 희열이 있다. (웃음)

    ▶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는 선영이 '액션' 하면 재훈이 '리액션'하는 느낌이었다.

    재훈이 플롯이 기본적인 우리 영화의 플롯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상처이고, (재훈이) 표면적으로 영화에서 더 아파하고, 선영보다. '아, 나 같아~' 하고 좀 더 빙의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재훈은 본인이 받은 상처를 갖고 (스스로를) 계속 생채기 내는 인물이다. 계속 똑같이 그 안에서 방법 못 찾지 않나. 왜 저런가 봤더니 큰일이 있었고. 선영은 계속해서 타파하고 정리해 나가는 여자라서 아무래도 더 리더의 느낌이 있었던 거 같다. 비슷한 사랑의 상처를 받았는데 (재훈은) 계속해서 그 자리 맴돌고 있고.

    사실은 글로만 봤을 때는 (이야기를) 리드하는 게 재훈이라고 생각했고, (선영은) 그걸 치유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단비 같은 여자였다. 영화가 나오고 나니까 관객들도 어떻게 보면 지향하고 싶은 사람에게 끌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래도 선영이가 '나와 봐! 따라와' 하면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래서 재훈이 리드당하는 느낌이 든다. 래원 씨가 바로 그 전작 '롱리브더킹' 찍고 바로 와서 어떤 리더의 기운이 남아 있었는데 (웃음) 왔더니 감독님, 대표님, PD님, 상대 배우 다 여자니까 '어디에다가 내 의자를 펴야 되지?' 이러더라. 그 친구는 엘리베이터에 여자들 두 명만 있어도 거기 못 탈 친구다. (일동 웃음) 여성분들 앞에서 참 불편해하는, 진짜 참 딱 뭐랄까 '남성'이다. 정말. (웃음)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는 술 마시는 장면이 꽤 자주 등장한다. 선영과 재훈이 가까워지는 계기도 술이다. (사진=영화사 집 제공)

     

    ▶ 혹시 연기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장면이 있었다면.

    (잠시 침묵) 음… 없었다. 다 재밌었다. 특히 그것도 재밌었다. 전 남친이 와서 저희 싸우고 있는데, 사실은 '제발 꺼져~' 하는 걸 재훈과 병철(강기영 분)이 보고 '쟤네 화해하나 봐' 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 영화의 많은 분량이 술 취한 상황으로 나온다. 연기할 때 어땠나.

    재훈을 연기한 래원 씨는 진짜 만취돼 있어야 돼서 수위를 가지고 고민했던 것 같은데, 저는 한 방울도 안 마시고 계속 취해있는 척해야 했다. 이때 진짜 취한 거다 싶은 건 딱 한 번이었다. 술 취한 연기는 약간 불그스름하게만 만들면 (웃음) 취해 보인다. 하하하. (웃음) 중심은 코다. 머리가 좀 흐트러져 있어도 취해 보인다. 그런 외부적인 뭔가도 이용했다. 저는 사실 전체적으로 빨개져서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전 진짜 취하면 헤부적거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얼굴만 빨개지고 집에 간다. 피곤해서. 술 먹을 때 너무 눕고 싶고. (웃음) 술을 잘 못 먹으니까 남들이 막판에 취한 모습을 잘 못 본다. 그리고 그 아슬아슬한 분위기 너무 싫어한다, 도망가 버린다. '아이, 취한 거 힘들어!' 이러면서.

    ▶ 선영과 재훈이 술자리 게임을 할 때는 꽤 높은 수위의 단어가 자주 나온다. 한국영화에서 잘 들을 수 없는. (* 남녀 생식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나온다)

    왜냐하면 초등학생 이후로는 안 하니까. (웃음) 유치한 단어라서. 그 단어들은 남자들이 더 힘들어하더라. 응? 왜? 어찌 보면 그게 선영이 입에서 나와서 그런 거 같다. 저는 그 단어들을 대본에서 보면서 되게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 빈 벽만 보면 쓰여 있지 않았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생각했는데, '정신 안 차리냐?' 하고 (재훈을) 정신 차리게끔 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남자 관객들이 그걸 정확하게 느낀 것 같다. 생각지 않은 단어가 나오니까. 더 센 것도 있었는데. (웃음) 엄지발가락 얘기하면서 '너 말이야~' 하고 평가하는 느낌? (웃음)

    내가 재훈이 누나면 (선영 보고) '저런 사람 만나지 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동 웃음) 화나면 갑자기 '뭐라 그랬냐?' 이런 스타일이라 좀 엽기적이었다. 그래서 바뀐 부분도 있었는데 (연기) 할 땐 재밌었다. 게임 자체가 너무 웃겼다. 래원 씨가 너무 당황했지만. (웃음) 근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랑 같이 보러 가고 싶지 않은 영화는 아니겠지? 서로 좋아한다는 거 완벽하게 알기 전에 바보같이 술 먹고, 되도 않는 거로 포장하고 어필하는 거, 그런 게 기억나면서 술도 한잔하고 싶어지고… (지금) 연애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옛) 연애가 많이 지나간 사람들이 봐도 좋을 것 같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사진=영화사 집 제공)

     

    ▶ 이런 술자리 게임 같은 걸 실제로 해 본 적이 있나. 감독님의 경험이 들어간 걸까.

    감독님한테 물어봤다. 이런 게임 해 봤냐, (전 연인을) 찾아가 봤냐고. 그러니까 내 경험도 있고 수위 낮춘 것도 있고~ 라며 쑥스러워하시더라. 전해 들은 친구들 에피소드에 본인 것도 있다더라. '재미나게들 사시네' 생각했다. (웃음) 저는 그럴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 영화 속 재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나.

    뭐, 귀엽지 않나.

    ▶ 재훈이 지질하다고 생각하는지.

    지질하기보다는 너무 못 감추는 사람인 거 같다. 허물을 다 포장하느라고 바쁘지 않나. 친구들끼리도. 뭐랄까 제게 재훈은 '저런 남자 질색이야!' 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냥 속이 다 들여다보이니까. 전 사람이 빈틈이 있는 게 좋다.

    ▶ 아까 재훈을 귀엽다고 했는데 가장 귀여웠던 장면은 뭔가.

    깁스하고 왔을 때? "깨달은 게 많아" 하면서. (웃음) 그때 제일 귀여웠던 것 같다.

    ▶ 김래원은 인터뷰 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공효진이 특히 더 예뻐 보였다고 했는데, 특별한 준비를 한 게 있나.

    희한하게… 뭐랄까 그것도 의도다. 그동안은 정중앙 가르마에 뱅 헤어였는데 그땐 러플 있는 깃 블라우스에 약간 사이드 가르마여서 조금 더 여성스러워 보였다. 센 느낌이 완화됐달까. 지금까진 칼날 같았다면 (마지막에선) 좀 그렇지 않은 외형으로 준비했다. 그래서 아마? 그리고 또 잘 안 웃다가 씩 웃어서 그게 아마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웃음) 그때 저는 "보고 싶었어"라는 말을 하면서 '보고 싶었어' 하는 느낌이 없나, 라는 생각도 했다. (언론 시사회 때가) 예민의 최고조였다. 래원 씨는 팝콘 한 사발을 다 먹어서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자기는 졸려서 먹었다더라. (웃음) '아, (영화) 끝나~ 어떡해!' 이러면서 내려가게 된다. 아무리 영화를 찍고 드라마 첫방을 기다려도 어쩔 수 없다. 평가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저는 아마 한 번 더 봐야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본 영화는 너무 장점, 단점 이렇게 봤다. 다시 한번 봐야지. <계속>

    배우 공효진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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