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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성적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 무겁죠, 그 숫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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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효진 "성적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 무겁죠, 그 숫자들이"

    [노컷 인터뷰]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 역 공효진 ②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첫 만남에서 반말하는 팀장 재훈(김래원 분)에게 똑같이 반말로 인사한 후 농담이라고 눙치고, 나이를 따지면서 '빠른 85'라는 점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한다. 달리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그저 '본인 기분'을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전 연인들로부터 '걸레'라는 애먼 비난을 받았고,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사랑에 환상 따윈 품지 않는 여자 선영.

    사는 게 징글징글해서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차갑게 굴고 싶지 않다는,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라고 말하는 다정한 사람. 소심한 사람은 최소한 남에게 상처는 안 준다고 믿는 연하고 포근한 사람. 하지만 도를 넘는 사람에게는 강단 있게 굴 줄도 안다. 조곤조곤 자신을 지키는 여자 동백.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에서 공효진이 각각 연기한 캐릭터다. 냉기만 남은 선영과 온기 가득한 동백은 평행선을 달리는 듯 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중은 상반된 두 캐릭터 모두 공효진에게 착 달라붙는,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입을 모은다.

    공효진의 연기 호평은 물론이고, 작품의 흥행 추이도 좋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동백꽃 필 무렵'은 최고 시청률 12.9%를 넘기며 수목드라마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 중 공효진은 "(성적에) 신경을 안 쓰는 건 거짓말인 것 같다. 너무 신경 쓴다"라며 "무겁다, 그 숫자들이"라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선영은 사랑에 환상을 품지 않은 여자다. 뭔가를 기대하지도 않고. 본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나.

    저는 선영이랑 비슷한 점은 없는 거 같다. 저는 뒤끝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부분에서는 좀 다른 것 같다. 전 남자친구가 벌인 어떤 일들을 되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뭔가 되갚아주고 싶고 그런 부분은… 저는 진짜 이상하게 뒤끝이 없는 타입이라 싸우고도 '왜 싸웠지? 무슨 일이었지?' 하면서 뭐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스타일이다.

    ▶ 그런데 선영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다.

    근데 진짜 신기하다. '동백꽃' 보면서도 '공효진인데?' 하신다. 어떻게 그럴까. 완전 두 가지인데, 양면적으로 정확하게 보이는구나 생각한다. 전 뭘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완벽한 변신을 할까? 악역? 악녀?

    공효진은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 역에 매우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한결 감독은 선영 캐릭터를 쓰다가 막혔을 때 공효진을 떠올리면서 썼다고. (사진=영화사 집 제공)

     

    ▶ 주저하지 않고 시원하게 말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이미지 있다. 제가 그렇기도 하다. 인터뷰해도 기자님들 가시면 막 머릿속에 '어디까지 얘기한 거야!' 이러면서 '기사 검색하지 말아야지' 한다. (웃음) 저는 이 뉘앙스로 얘기한 게 아닌데, 혹은 '기다'라고 얘기했는데 '아니다'라고 나가기도 하고. 1:1(인터뷰)이라면 전달이 100% 될 텐데 제가 말이 빠른 편이고, 딱딱 집어서 얘기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 모든 건 내가 조금 부족했다고 보는데, 솔직한 게 문제인 것도 있다. (웃음) 사람들이 느낄 때는 작품(속 이미지)도 그렇지만, 제가 인터뷰하는 것 등을 보면서 참 똑 부러지게 직설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신 것 같다. 그게 사실이긴 하다.

    ▶ 김한결 감독은 선영 캐릭터를 쓰면서 공효진을 떠올렸다고 한다. 현장에서 작업 스타일은 어땠는지.

    감독님이 참, 뭐랄까. 너무 저희를 존중을 심하게 해 주셨다.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대본을 쓰면서 얘기가 막혔을 때 PD님이 감독님한테 어떤 배우를 놓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고 한다. 감독님이 이 캐스팅은 자기한테는 좀 너무 드리미한(꿈 같은) 캐스팅이라고 하셨는데, 선영이 부분 막힐 때 저를 놓고 쓰셨다더라. 왜 내가 그런 인물로? (웃음) 아, 내가 이런 느낌이구나? (일동 웃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렇게 드라마에서 로코를 했지만 나는 끝까지 사이다인가? 영화에선 막 당찬 것들을 해 왔다. 작품 찍으면서는 감독님한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되게 즐겁게 하고 계시는구나!' 전적으로 저를 믿어주셔서 별다른 디렉션이 없었고, 현장이 너무 순탄하게 흘러갔다.

    ▶ 김래원과는 '눈사람'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때 제작보고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뭐랄까… 그냥 지금의 저만을 알고 서로 누구누구로 알면 조금 더 연기하기가 편했을 것 같은데, 너무 코흘리개 애기 때 연기했던 모습이 다 있으니까. 그때보다는 나은 모습이고 싶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했던 것 같다. (김래원이) 워낙 잘하는 배우여서 저도 허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되게 노력했고, 이 영화는 구조가 1:1로 딱 날 선 구조여서 청군 백군 같은 느낌으로 거의 끝까지 가는 거라…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되더라. 좀 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기하게끔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불편한데 불편해서 좋았던 거? 그냥 쉬엄쉬엄 안 하고, 둘이서 딱 1:1로 붙은 느낌이 들어서, 영화에서 텐션이나 케미가 더 있어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더 알콩달콩해야 하지 않나, 로맨스가 부족하지 않나 이런 말이 있었는데 원래도 (시나리오에) 그게 없었다. 달콤 살벌한 느낌?

    공효진은 '가장 보통의 연애'로 김래원과 16년 만에 재회했다. (사진=영화사 집 제공)

     

    ▶ 상대 배우로 다시 호흡을 맞춰 보니까 어땠나.

    래원 씨가 진지하다. 보니까 누구를 사랑하면 막 업고 다닐 것 같은 타입인 것 같다. 그만큼 사랑이 절실한 것 같아서… (일동 폭소) 그냥 너무 (전작에서) 남자들하고 지지고 볶다가 우리 영화 와서 되게 오랜만에 멜로 하니까 너무 막 몽실몽실했나 보다. 근데 선영이가 너무 안 받아주니까 (웃음) 맨날 더 외로운 것 같아 보였다. 근데 어떡하나. 역할이 그런데, 끌고 나가야 하는데. 그래도 제가 그 친구를 좀 더 편안하게 하도록 더 도와줬어야 하나 싶긴 했다. 감독님도 그렇고 여자분들이 많아서. 그래서 그런가 모니터실에 들어오려다가도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여기 있을게요' 이러더라. (웃음)

    ▶ 이 영화가 말하는 '가장 보통의 연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얼마나 공감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 말하는 보통의 연애는 그런 거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드러나게 돼 있는데 결국은 그게 얼마나 걸리냐의 문제이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는 예쁘고 미화된 연애, 판타지가 아니라 진짜 흑역사들만 나열한 것 같은 그런 얘기여서 (일동 웃음) 재밌는 게 아닌가. 내 평생 연애를 통틀어서는 대부분 있을 법한 얘기이지 않나. 누군가랑은 없을 수도 있지만. '자니?', '뭐하니?' 이런 건 있을 수 있다. (메신저) 1이 지워지네 안 지워지네, 인터넷에 1자 안 지워지고 메시지 볼 수 있는 방법 없나 쳐 보고. (일동 폭소) 나를 혹시 차단했는지 확인하는 방법 찾고. (일동 웃음) 미화된 부분이 1도 없는 게 전 마음에 들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서로가 발을 빼느라 (관계가) 발전 못 하고 미궁으로 빠지는 관계도 재밌었다. 적당히 빠지면 영화스럽지만 끝까지 '아닌데?', '기억 안 나는데?' 하는 느낌이 영화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 혹시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

    있다. 누구나 자기 짝이 있더라고 얘기하지 않나. 이혼했더라도 '진짜 짝이 있나 봐' 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사람도 있고. 독신주의였다가 (연인을 만나) 너무 행복하게 사는 언니를 보기도 했다. 저는 이제 나이도 꽤 많고, 되게 개인적인 사람이기도 해서 그런가. 나이가 절 그렇게 만드는 부분도 있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희생하면서 맞추는 게 가능할까 싶다.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 '정말 이 사람 만나려고 그랬구나!' 하는 사람을 60대, 70대에도 만날 수 있다고 본다. 다 짝은 있는데 못 알아본다고 하더라. 천생연분이 다 있다면, 알아볼 때까지 한번 가봐야겠다. 저는 신여성이니까. (일동 웃음) 진짜 이 사람이구나, 하는 환상적인! 저의 단점을 다 보완해주는, 내가 그 사람에게 정말로 삶의 빛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일방적이지 않은… 사실 환상은 이제 없을 나이가 되긴 했는데, 직업적으로 이런 걸 계속 찍다 보니까 있을 수도 있나 보다 싶다. (웃음)

    ▶ 얼마 전에 SBS 김현우 앵커와 이여진 기상캐스터 결혼 소식이 알려지면서 앵커와 기상캐스터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전작 '질투의 화신'이 재조명됐다.

    이런 거로 또 한 번 기사가 나가는 것도 우주의 기운이 모였구나 싶다. (일동 웃음) 너무 즐거운 일이니까요 참 축하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일동 웃음)

    공효진은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도 호평받고 있다.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잘 돼서 올가을은 공효진에게 '수확의 계절'인 것 같다.

    '수확의 계절'이라고 한 기사를 저도 봤는데 울컥했다. 아빠한테도 보내주고 그랬다. '아빠, 나 울컥해~' 하면서. 취향을 다 맞추긴 힘들다. 기자님들 취향 맞추기도 힘든데 대중은 더 맞추기 힘들다. 그래도 지금 너무 좋다. 거기다 래원 씨까지 예상하지 못한 칭찬을 하고. (일동 웃음) 그래서 더 무슨 일이야, 싶고. 다 타이밍과 운인 것 같다. (제가) 너무 기가 막히게 잘했다거나, 변화가 있거나 막 그런 건 아닌데, (출연작이) 약간 지금 응원하고 싶은 성향을 띄었다고 본다.

    '동백꽃'은 워낙 착해서 힘주어 응원하고 싶고, ('가장 보통의 연애'는) 영화가 좀 침체기이다 보니까 작은 예산으로 만든, 되게 톡톡 튀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여서 북돋워 주고 싶고. 저만을 향해 오는 칭찬은 아닌 것 같고, 모든 게 타이밍이다. 이럴 때 정신이 없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잘 모른다. 어제 뭐 했는지도 기억 안 나고. 또 이런 시간이 올까 싶어서 많이 들여다보고 즐기려고 한다.

    ▶ 동시간대 방송되는 '뽕 따러 가세' 때문에 긴장했다던데.

    '뽕 따러 가세'가 가장 제게 경쟁작이었다. 모두가 다, 작가님조차도 송가인 씨가 제일 무섭다고 그랬다. 진짜 인기 많고 매력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고, 특히 어른들에게 적극적 지지받고 있으니까. '뽕 따러 가세'가 목요일 방송이랑 겹친다. 시청률도 너무 잘 나오고. 그런데 음악에 전념하느라 잠시 쉬신다고 해서 저희끼리 현장에서 '송가인 씨가 하차하신대요!' 그랬다. (일동 폭소) '뭐라고? 왜?' '음악에 전념하신대요!' '이럴 수가!' 로코의 기운이 우리에게 몰렸나 보다. 송가인 씨한테 왜 이렇게 고마운지 모르겠다. (웃음) 저도 진짜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이제 (시청률)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 여전히 드라마 시청률과 영화 흥행 여부 때문에 조마조마한가.

    다 그렇다. 영화는 좀 더 익숙하다. '뭐라고?' 할 만한 결과는 저한테는 아직 없다. (웃음) 제가 별로 기대가 없다. 그것도 2자를 넘긴 적은 없다. 100만까지는 해 봤고. 기대는 많이 안 하는데 여기에는 좀 익숙하다. 제가 좀 뭐랄까, 마니아성 짙은 영화를 해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 드라마도 숫자적으로 확 케파가 작아져서… 옛날엔 경험해봤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성적에) 신경 안 쓰는 거 거짓말인 거 같다. 너무 신경 쓴다. 시청률 말고 다운로드 같은 것도 다 포함한 지표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요새도 잘되면 20% 넘으니까. 그거로 하루가 기분이 좋기도 하고 패배감도 있고 성취감도 있다. 무겁다, 그 숫자들이. <끝>

    배우 공효진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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