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KDB생명 매각에 나서고 있으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1%를 갖고 있는 금호산업(금호건설)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 스위스 증권은 지난달 3일 아시아나 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 컨소시엄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홍콩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인 뱅커스트릿 컨소시엄 ▲ 애경그룹 ▲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응했다.
이 가운데 애경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전략적 투자자(SI)를 각각 구해야 하는 처지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비입찰후 진행되고 있는 실사 과정에서는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리스비용 등 기업가치평가에 핵심적인 정보들을 인수후보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2천억원 대의 당기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기내식 제공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가 최근 137억원의 기내식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는 등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매각의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런 악재들에 대해 “매각주체(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는 매각 주간사 및 실사법인과 협의하에 투자자 요청사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중”이라며 “매각주체와 자문단 등이 잠재투자자가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인수합병 (M&A)이 성사 될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산은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들은 이달에 본협상 대상을 선정하고 연내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투자업계 일각에서 유찰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산은이 네번째 매각시도에 나서고 있는 KDB생명은 전망이 엇갈린다.
산은은 지난달 30일 KDB생명 매각공고를 내고 공식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매각 주간사로 크레디스위스 증권과 삼일회계법인, 재무실사 삼일회계법인, 계리실사 밀리만(Milliman), 법무실사 광장을 각각 선임했다.
산은측은 다음달초 투자의향서(LOI) 접수 및 입찰적격자(short-list) 선정,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양해각서(MOU) 체결, 내년초 매각 종료를 목표로 매각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산은은 “특히 시장 신뢰도가 높은 글로벌 계리자문 밀리만의 계리 가치 평가가 KDB생명 가치산정에 높은 공정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KDB생명이 최근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대외신인도도 개선된 점 등을 내세워 “달라진 KDB생명의 모습이 잠재매수자 면담을 통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된다면 이번 M&A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세 번이나 매물로 나왔다가 팔리지 못한 KDB생명에 대해 큰 매력이 없지 않느냐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또 2022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은 앞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할 처지여서 인수합병에 눈을 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KDB생명의 매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반면 산은측이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엔 반드시 KDB생명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매각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보험업계 전문가들도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묵은 숙제’ 중 하나인 KDB생명 처리와 관련해 매각이 성사되면 경영진에 대해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산은이 공적자금 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값이 얼마든 꼭 팔겠다고 나선다면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나 KDB생명의 매각 전망이 이처럼 아직 불투명하거나 엇갈리는데 따라 매각 일정이 산은의 기대보다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