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동백꽃 필 무렵' (사진=방송화면 캡처)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뭐라고 자꾸.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그러니까 나를 왜 버려. 엄마가 애를 7살 때부터 기죽어 살게 만드니까 내가 이런 데 넘어가지. 나는 걸을 때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나를 자꾸 고개 들게 하니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거 같고. 자꾸 또 잘났다, 훌륭하다 지겹게 이야기를 하니까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으니까. 그래서 화딱지가 나. 더는 안 참고 싶어진다고." ('동백꽃 필 무렵' 12회 중 동백이 대사)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이(공효진 분)는 구설의 대상이고, 쉽고 낮게 보기 좋은 대상이다.
누군가는 "이게 다 동백이 때문이야"라고 한다. 옹산의 불행과 잘못은 모두 동백이 탓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동백아"라고 부르지만, 이는 동백이가 아닌 술집을 하는 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늘 남들에게 손가락질받고 팔자 사납다고 구박받고, 동네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동백이에게 용식이(강하늘 분)는 항상 예쁘다고, 멋있다고, 잘났다, 장하다고 말해준다. 임수정이 와서 좋다고 해도 동백이랑은 안 바꿀 거라고, 자기는 동백이 편이 되어 줄 거라고 말한다. 동백이를 불행의 아이콘이라 부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동백이를 좋아한다고 외친다.
용식이는 남들처럼 동백이가 아닌 것들을 보며 동백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동백이와 무관하게 사회가 만들어 낸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동백이를 직접 마주한다.
그렇게 용식이는 술집 '까멜리아'의 동백이나 옹산의 불행의 아이콘 내지 구설의 대상인 동백이를 보는 게 아니라 '동백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본다. 혼자서도 꿋꿋하게, 늘 고개 숙이는 것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삶을 향해 나아가는 동백이를 오롯이 봐준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쩌면 화려한 수사가 필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오롯이 상대를 바라봐 주고, 상대의 삶의 궤적을 예단하거나 나의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걸지 모른다. 그렇기에 용식이의 사랑은 단순하고 촌스러울지 몰라도 누구나 할 수 없고, 또 누구보다 단단하다.
그런 용식이를 통해 동백이는 조금씩 고개를 들게 된다. 팔자 사나운 고아가 아닌 혼자서도 꿋꿋하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내가 뭐라고"를 버릇처럼 달고 사는 동백이를 '뭐라도 되는 사람'처럼 만드는 용식이의 직진은 그래서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된다.
이는 비단 사랑에만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다. 누군가를 향하는 말과 마음이 어때야 하는지 말해준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가슴 살랑이며 고개 드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게 '동백꽃 필 무렵'이 가진 힘이자 동백이를 향한 용식이의 사랑이 갖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