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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우려 커지는 '여우와 두루미' 북미협상

통일/북한

    [한반도 리뷰] 우려 커지는 '여우와 두루미' 북미협상

    ■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그래픽=연합뉴스)

     

    ◇ 홍제표 >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고...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텐데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거의 8개월 만에 재개된 스톡홀름 실무협상도 마찬가지로 결렬됐습니다. 북미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계속 뭔가 올려놓고는 있지만 서로 수용 곤란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 같은 형국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사정이 딱히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미협상이 별 성과 없이 쳇바퀴만 돌리다 파국을 맞지 않을까 슬슬 걱정되는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 김덕기 > 그런데 먼저, 이번 협상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결렬시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맞는 얘기인가요?

    ◇ 홍제표 >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대표적인 정황이 협상 종료 불과 5분 만에 A4 용지 4장짜리 문건을 낭독하며 결렬을 선언했다는 점입니다. 이것 말고도 '결렬 시나리오'를 준비한 정황이 여럿 포착됩니다. 우선, 북한이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으로 간을 본 뒤 판을 더 키운 정황입니다. 북한은 지난 1일 북미실무협상 개최 사실을 발표했고 바로 다음날 새벽 SLBM을 발사했습니다. 지난해 같으면 트럼프 대통령 성정으로 볼 때 크게 진노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조용했고, 이에 북한은 자신감을 얻고 베팅액을 높였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의 말입니다.

    "북한이 10월 2일 발사한 SLBM은 미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테스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을 내지 않음으로써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타협을 시도하는구나 하고 간파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김명길 대사가 스톡홀름으로 가면서 '미국의 새로운 신호'가 있었다며 '큰 기대와 낙관'을 언급한 것도 사후적으로 볼 때 '계획된 결렬' 혐의가 짙습니다. 미국의 태도가 좀 달라지긴 했어도 그렇다고 명시적 변화는 없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의도적으로 협상 분위기를 띄운 뒤 결렬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고자 하는 알리바이로 보입니다.

    ◆ 김덕기 > 그렇다면 북한은 사실 비핵화 협상에 관심 없다는 것을 스스로 홍보하는 격 아닌가요?

    ◇ 홍제표 > 그 점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으로서도 협상을 무조건 결렬시킬 의도나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즉 미국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셈법'을 갖고 온다면 덥석 물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기대는 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추후 협상을 위한 기선제압용 벼랑끝 전술을 기획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 김덕기 > 그렇다면 하노이 회담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거네요?

    ◇ 홍제표 > 그래도 적잖은 변화는 있습니다. 가시적으로는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의 퇴장 이후에 선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리비아 해법'이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의 대북접근이 한결 유연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 입장 차는 여전하고 신뢰는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양측의 요구와 반응이 각각 따로 논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 이후에 자신들이 행한 주동적 조치, 즉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등에 미국이 화답할 것을 사전에 요구했지만 미국은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다른 제안을 꺼냈습니다. 하노이 회담에선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에 미국은 빅딜로 받아치며 판이 깨졌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여우와 두루미' 우화처럼 좀처럼 양측의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 김덕기 > 입장차가 그만큼 크고 기싸움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인데 앞으로 시간이 얼마 없잖습니까? 전망은 어떻습니까?

    ◇ 홍제표 > 다수 전문가들은 연말 전에 실무협상이 한 차례는 더 열리고 내년 1월까지는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예상하면서도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게 보고 있습니다. 긍정적 요인은 북미 양측 모두 협상 타결에 대한 정치적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익은 합의는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에 협상 조건은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빅딜 아니면 노딜' 전략이 비단 트럼프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의 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비핵화를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배드 딜'보다는 '노 딜'이 더 유리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특히 '하노이 노딜'로 김 위원장의 체면이 깎였다는 점에서 수모로 여기고 미국을 더욱 불신하게 됐습니다. '거래 비용'이 더 커진 셈입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따라서) 샅바싸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이는 북한의 '하노이 트라우마'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라고 말했습니다.

    ◆ 김덕기 > 결국 우리의 중재 역할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봐야겠군요?

    ◇ 홍제표 > 미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나름대로 공을 들여놨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 접근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 북한이 비록 '통미봉남'(선미후남)으로 한국을 제쳐놓고 있지만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역할이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는 북한이 F-35 스텔스기 등 전략자산 반입을 비판하는 게 하나의 반증입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로는 부족하고 북한도 자신의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부분을 설득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 정부가 과연 북한을 끌어당길 만한 제안을 해왔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에 대해서는 기존 관성대로 적정 수준에서 대처해온 게 사실"이라며 "비상한 상황에 맞는 비상한 해법과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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